증권사들이 규제완화를 기회로 이동통신사와의 협력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제 금융과 타산업의 협력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금융사들이 타산업과 진행하는 협력 규모나 질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국내 금융회사들은 업계 내에서의 단순한 경쟁구도보다는 통신, 유통기업 등 이종기업들과의 경쟁이나 협업을 고려해 경영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미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한국보다 훨씬 전에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대표적인 사례로 영국의 로얄뱅크오브스코틀랜드와 테스코는 협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했고 금융과 유통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어냈다. 테스코는 금융업 진출을 통해 유통업계 만년 2등에서 세인스버리를 따돌리고 최고의 위치에 올라설 수 있었다.
◇증권사와 이동통신사 협력 늘고 규모 확대돼=최근에는 특히 증권사와 이동통신사의 협력이 눈에 띄게 늘었다. 대형 증권사들이 이동통신사와의 협력을 통해 휴대폰 및 PDA 등으로 단순한 주식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던 시기가 지나갔다. 한화증권은 지난 11일부터 SKT와 KTF와 제휴해 3세대 휴대폰을 통한 증권거래 서비스를 개시했다. 3G 휴대폰에 내장된 USIM(범용가입자식별모듈)칩을 통해 증권거래 서비스를 중개하기로 한 것. 이에 따라 USIM칩만으로 SKT와 KTF 고객들은 시세조회, 차트분석, 주식주문(신용), 은행이체 등의 거래를 할 수 있게 됐다.
미래에셋증권은 펀드의 강자답게 KTF와 제휴해 이통사와 ‘쇼 미래에셋펀드’라는 펀드 융합상품을 선보였다. 이 상품은 KTF 고객이 쇼 미래에셋펀드에 가입하면 고객이 낸 통신요금의 5∼20% 보너스 포인트가 쇼 미래에셋펀드에 투자되고, 펀드 운용수익을 얻는 구조다. 3년 이상 장기 운용하면 목돈 마련도 가능하다. 또 펀드 평가금액의 80%를 KTF 휴대전화 구매에도 사용할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아직까지 이동통신사와의 협력은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고, 초창기라서 수익도 미미한 수준이다”면서 “그러나 이동통신사들이 보유한 고객군과 막대한 미래수익을 감안하면 이통사와의 협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통신사들의 금융산업내 영향력 강화=아직까지 미미한 거래실적에 불과하지만 휴대폰 등을 통한 자금이체, 주식매매, 보험요율 비교와 가입, 대금결제가 점점 저변을 확대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금융거래가 일반화될 경우 이동통신사가 금융회사에 위협적인 경쟁자이자 협력자가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최명주 GK파트너스 대표는 “이동통신사가 굳이 금융업을 영위하지 않고 타 금융회사의 채널 역할만 한다고 해도 금융산업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다”며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금융 채널을 다수의 고객이 이용할 경우 금융기업에 대한 이동통신사의 입지가 강해지고, 이는 향후 금융기업에 상당한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의 대형 이동통신사들은 이미 2000년부터 금융산업에 진입하기 위해 모바일 금융포털을 구축해왔다. 현재 금융업 진출에 대비해 업무체계와 IT시스템을 완성해 놓고 있지만 일본 금융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다.
이형수기자 goldlio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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