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공장 신설은 2년가량 유보
삼성전자가 거대 중국 TV 시장 수요와 원가 절감, 물류 효율화 차원에서 새 전략 거점으로 상정한 광저우 LCD 모듈 공장의 신설 계획을 2010년 이후로 미룬다.
대신 쑤저우의 LCD 모듈 공장을 증설하기로 했다. 또 당초 상반기까지 마무리하려던 천안사업장 LCD 모듈 라인의 중국 이전 계획도 내년 이후로 늦췄다. 이 같은 변화는 최근 중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 LCD 패널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내년 시황도 낙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LCD총괄은 올해 들어 중국 현지 TV 제조사들이 몰려 있는 광저우에 대규모 LCD 모듈 공장 신설을 적극 검토했으나 최근 1년 정도 유보하기로 했다. 그 대신 중국 내 쑤저우 LCD 모듈 공장을 증설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노트북PC·모니터 등 IT용 패널을 주로 생산하는 쑤저우 LCD 모듈 공장의 생산량은 연간 600만대 규모다. 삼성전자는 이를 연말까지 연산 1000만대 규모로 대폭 늘리기로 했다. 최근 TV용 모듈을 중심으로 라인 증설을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가 해외 주요 전략 생산기지로 여긴 광저우 모듈 공장 신설을 연기한 것은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불투명한 시장 전망 때문이다.
단순 임가공 형태의 LCD 모듈 공장이 아닌 패널 공장 유치를 원했던 중국 정부의 인식도 보이지 않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중국 내 평판 TV 시장도 내년부터 여의치 않다”면서 “광저우 지역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현 쑤저우 공장을 일부 증설하면서 당분간 시장 수요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가 당초 지난 상반기까지 전부 중국에 이전키로 했던 국내 천안사업장의 LCD 모듈 라인을 1년가량 늦추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됐다.
LCD 모듈 공장 이전계획은 해외 시장 대응력 및 원가 경쟁력 확보와 함께 패널 생산라인 추가 확보 차원에서 추진됐던 방안이다.
한 협력사 관계자는 “최근 세계 LCD 패널 시장이 둔화되면서 내년으로 미뤄진 듯하다”면서 “당분간은 사업장 이전 및 신설·증설 투자도 시장 추이에 민감하게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광저우는 TCL·스카이워스 등 중국 내 주요 TV 세트 제조사들의 생산 거점이다. 광둥성 전체의 경제력 또한 홍콩을 포함해 중국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TCL과 제휴하고 광둥성 지역에 연산 230만대 규모의 TV용 LCD 패널 모듈 공장을 지을 계획이었다.
서한·안석현기자 hseo·ahngi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