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인터넷]권리자 보호 지나치면 네티즌 설땅 좁아진다

저작권 `활용`에서 해법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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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세계 디지털 저작권 분쟁, 정책 동향

 디지털 시대 저작권은 가장 풀기 어려운 숙제 가운데 하나다. 이해관계가 너무도 상이한 집단들이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풀지 않으면 인터넷 시장도, 콘텐츠 시장도 없다. 모두 원치 않는 결론이다. 그래서 합의점은 분명히 있다. 비즈니스 모델로 풀고, 공정이용도 늘리는 등 솔로몬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하지만 국내는 지금 온통 저작권을 누가 침해했는지, 어떻게 처벌할 것인지에만 관심이 쏠려 있다. 이런 단선적인 방식으로는 디지털 시대 저작권 문제를 더더욱 풀기 어렵다. 전자신문이 신인터넷 세 번째 기획으로 저작권을 선택한 이유다.

 

 영국에서는 지난 7월 버진미디어, B스카이B, BT, 오렌지 등 영국 6개 ISP가 영국 음반협회(BPI)와 협력, 음악 파일을 불법으로 공유하는 회원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미국 영화협회(MPAA)는 최근 영화·드라마 불법다운로드 사이트 FOMDB닷컴과 무비루머닷컴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호주는 최근 인터넷 불법복제 문제 해결을 위해 최근 100만명의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화 및 TV 저작권 관련 법 교육에 들어갔다.

 비단 선진국뿐이 아니다. 중동의 요르단 국립문헌정보부는 지난 5일 올 상반기 동안 CD, DVD, 컴퓨터 SW에서부터 위성채널을 이용한 기술적 장치 무단 사용 등 저작권법 위반 혐의가 179건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아프리카 가나의 음반제작사 및 음악출판사연합(REPPAG)은 휴대폰 벨소리 로열티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통신국(NCA)이 개입해야 한다며 요구하고 나섰고, 부탄의 모션픽처협회는 미개봉 영화 2건의 불법복제 및 유통 혐의로 남녀 10명을 법정에 세우기도 했다.

 세계는 지금 저작권 분쟁 중이다. 국가나 지역, 부의 유무를 가리지 않는다. 특히 디지털 시대 저작권은 복제와 전송이 무제한 반복된다는 특성으로 인해 광범위한 분쟁을 야기하고 있다. 이용자와 저작권자 간 분쟁에다 유통 사업자(OSP·ISP)까지 가세해 3자 간 다툼이 끝도 없이 불거진다. 전자신문이 해외 취재한 미국·영국·일본·프랑스 등 4개국 역시 모두 저작권에 관한 이용자 인식이 높고, 저작권법이 강력한 나라들이지만 고민은 결코 덜하지 않았다. 오프라인 시대에 나온 저작권법이 담지 못하는 신종 영역이 급속하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잦은 충돌, 저작권 강화만이 해결책은 아니다=영국은 지난해만 1000만명 이상이 인터넷 파일을 공유하면서 적법·불법 논란이 불거졌다. 이용자들은 합법적인 파일의 정당한 활용이라고 주장하는 반면에 사법기관은 600만명 이상을 저작권 불법 공유자로 지목했다. 영국의 통신 전문 컨설팅 업체 메이슨의 마이크 그랜트 CMO는 “인터넷 브로드밴드 확산에 따라 영국은 지금 디지털 저작권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며 “최근에는 불법 공유자를 검찰이 기소하는 일도 발생하면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법이 강하고 저작자의 권리보장이 잘돼 있는 일본은 오히려 반대의 고민을 하고 있다. 일본은 저작권자의 권리가 워낙 강력해 인터넷 옥션에서 사진 없이 물건을 경매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사례도 많다. 일본 문부과학성의 저작권 담당은 “그동안 저작권 보호에만 너무 치중하면서 인터넷 검색이 제대로 안되는 등 활용이 더디다는 반성이 있었다”며 “인터넷상에서 (이용자) 권리 제한을 완화해 보호와 이용의 균형을 잡는 방향으로 재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법에서 가장 강력한 보호주의를 취하고 있는 미국은 지난달 29일 상원에서 새 저작권법인 ‘지식재산권 강화법(Enforcement of intellectual Property Right Act of 2008)’을 발의했다. 아직 논의 중이지만 만약 이 법이 통과된다면 저작권 침해자는 재산까지 압류당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일각에서는 공정 이용을 보장해 저작권을 제한하는 것이 오히려 경제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결과도 있다.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는 저작권을 매개로 한 산업이 한해 1조3000억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유발한 반면에 저작권 제한을 풀어 유연하게 적용한 공정 이용(fair use) 산업은 두 배에 가까운 2조2000억달러를 경제를 창출했다는 통계를 내놨다.

 ◇보호의 경제가 아닌 활용의 경제 고민해야=이 같은 사례들은 저작권 문제를 단지 권리자 보호로만 풀 수 없음을 보여준다. 권리자 보호가 과도하면 자칫 이용자의 활용권을 축소하고 공유·개방을 생명으로 하는 인터넷 공간을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지숙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무조건적인 저작권 강화는 저작권자에게도 반드시 이익을 가져다 주지만은 않는다”며 “국가 정책적인 측면에서 여러 각도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프라인 시대에 나온 저작권법을 무리하게 인터넷에 적용하기보다는 ‘활용 확산 → 합리적인 가격 → 이용자 확대 → 저작자 수익’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인터넷 시대에는 저작권법이 좀 더 유연하고 폭넓게 적용돼야 한다”며 “공익적인 활용도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장=조인혜차장 ihcho@

 런던(영국)=김민수기자

 도쿄(일본)=한정훈기자

 파리(프랑스)=이수운기자

 워싱턴·샌프란시스코(미국)=최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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