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보 KTRS`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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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2월. 기술보증기금은 일반보증을 전면 중단하고, 기술평가보증만을 실시하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기관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기술평가보증의 사고율이 상대적으로 높자, 이를 우려한 직원들이 일반보증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1년 여. 기보는 최근 사고율(채무불이행) 수치를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한때 10%를 넘던 사고율이 지난해는 5.4%, 올해 들어 7월까지는 2.7%(연간기준 4.6%)까지 급락한 것. 재무실적을 보고 보증하는 일반보증을 중단하고 나서 오히려 사고율이 줄어들었다. 기보는 이 같은 사고율 감소의 대표적 요인으로 ‘기술평가시스템(KTRS)’을 꼽는다.

 ◇한국 기술평가 수준 한단계 업(Up)=KTRS는 기보가 기술가치 평가를 위해 연세대와 공동으로 2005년 개발했다. 핵심은 기술성과 사업성(기술 사업화 성공 가능성)을 함께 평가한다는 것이다. 기술성은 있지만 사업성이 없는 경우 보증 후 회수에 차질이 발행할 수 있어 가치(사업성)평가 비중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이를 위해 기술수준과 위험수준(사업부실화위험)을 종합 평가한다. 기술의 기술성·사업성·시장성 등을 반영하고 별도의 투입변수로 금리·종합주가지수·환율 등 외부요인과 상장·벤처 여부 등 기업 관련 요인을 감안한다. 특히 위험수준을 산출하기 위해 기보의 과거 5년간 평가해온 1만1000여개 기술평가지표데이터를 사고와 연관해 통계적으로 분석했다.

 이남형 기보 이사는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사업성이 없어 기업이 망하면 우리 쪽에서는 회수를 할 수 없다”며 “KTRS는 기술과 함께 사업성공 가능성을 연계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형 기술가치 평가모형 자리 매김=기업은행은 지난 3월 KTRS를 활용한 상품(리더비즈론)을 출시했다. 올해 대표적인 기업용 성공 금융상품으로 3%대의 초저금리가 특징이다. 기업은행이 KTRS를 신뢰한 것. 최태호 기업은행 상품개발부 차장은 “연구개발(R&D) 능력을 갖춘 기업을 찾아야 하지만 은행이 직접 평가하는데 한계가 있어 기보를 활용했다”고 소개했다.

 기보의 KTRS 활용이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 최초 검증이 되지 않아 활용에 소극적인 것과는 크게 바뀌고 있다. 현재 KTRS는 금융권의 투·융자와 기업 간 인수합병(M&A) 등에 활용되는 기술평가인증을 비롯해 벤처·이노비즈기업 인증 평가, 국가 연구개발(R&D)과제 경제성·사업성 평가, 공공·민간 부문의 비금융평가 등에 활용된다. 지난해만 국가 R&D과제 6개 사업의 140건, 공공·민간부문 비금융평가 11개사업 800여건에 이용됐다.

 KTRS는 지난 2006년 미국경영과학회가 수여하는 경영과학 분야 권위의 상인 에델만상 수상후보에 선정됐다. 기보는 시스템에 대해 국내 특허 등록을 마쳤으며 해외에도 출원 중이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