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베이징 올림픽과 첨단 스포츠 과학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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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영을 하지 못하는 사람도 물에 떠 있으며 자유롭게 활동한다. 운동에 소질이 없는 사람도 맞춤형 훈련으로 운동 선수에 버금가는 재능으로 운동을 즐긴다. 이는 공상과학 소설의 이야기가 아니라 가까운 미래 이야기다. 우리는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미래 생활에 적용될 수 있는 첨단 과학기술을 접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불모지였던 수영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박태환 선수는 스포츠 과학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박태환 선수의 신체 조건은 일반인보다 우수한 유연성, 부력 그리고 큰 폐활량이다. 그러나 박태환 선수는 경쟁자인 미국과 호주의 수영 선수에 비해 작은 키, 짧은 팔 길이, 작은 발 등으로 불리한 신체 조건도 가지고 있다. 이런 불리한 신체 조건을 극복하는 데 스포츠 과학이 크게 기여했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스포츠 과학은 크게 선수의 과학적 훈련 방법과 운동 장비·제품 개발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로 과학적 훈련 방법은 인간의 신체를 효과적으로 훈련시켜 최적의 신체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선수의 운동 특성을 분석하고 취약 부분을 보강하는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박태환 선수는 좌우 호흡 시 속도 변화를 측정해 균형을 잡아주었다. 또 몸의 피로를 막기 위해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몸속 젖산의 수치를 체크하고, 젖산 내성을 향상시켰다.

 운동생리학, 운동역학, 운동심리학은 모든 과학적 훈련 프로그램의 기초를 제공해준다. 과학적 데이터에 근거한 신체 좌우의 근육량 측정 및 보정, 순간 스피드 계산 및 향상, 운동 환경에 따른 심리상태 강화 훈련은 수영뿐 아니라 역도·육상·양궁 등 거의 모든 종목에 적용된다. 계체량이 중요한 운동 경기에서 체중 조절은 운동 선수에게는 커다란 스트레스다. 식품영양학은 운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분히 공급하면서 체중 조절을 가능하게 한다.

 두 번째로 운동 장비와 제품 개발은 인간의 신체적 기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박태환 선수가 입는 수영복은 스포츠 용품 회사와 미 항공우주국(NASA)이 3년 동안의 조사와 연구를 통해 탄생시켰다. 이 수영복은 물의 저항을 줄일 뿐 아니라 부력을 향상시킨다. 부력이 크면 물에 잠기는 부위가 작아져 물의 저항을 감소시킨다. 또 이 수영복은 물속에서 최대한 힘을 쓸 수 있도록 근육을 잡아주게 돼 있다. 인간의 신체는 운동 제품을 통해 능력이 극대화되는 것이다.

 수영에서 물의 저항을 줄이는 것이 최대 난제라면, 육상에서는 공기 저항과 운동화 무게를 줄이는 것이 문제다. 육상에서는 ‘플라이 와이어’라는 무게가 93g밖에 되지 않는 운동화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운동화는 500분의 1㎜ 두께의 섬유로 만들어지는데, 일반 섬유 강도의 수천배다. 그래서 이 신발은 육상 선수의 폭발적인 움직임과 충격에도 찢어지지 않는다.

 올림픽은 운동 분야별 최고의 선수를 가리는 장임과 동시에 첨단 과학이 총동원되는 스포츠 과학의 각축장이기도 하다. 스포츠도 첨단 과학기술 없이 인간의 힘만으로는 올림픽이라는 국제무대 정상에 오를 수 없다. 현대 스포츠는 과학기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상호공존의 양상을 띠고 있다. 과학이 발전하면 스포츠가 발전하고, 스포츠 발전은 과학 발전의 새로운 동기를 불어넣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또 스포츠과학은 첨단 운동 장비와 용품을 통해 우리 생활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고산 등반에 사용됐던 고어텍스는 등산복뿐 아니라 스키복 등 레저 의류와 심지어 캐주얼복까지 대중적으로 사용되며, 시장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스포츠는 더 이상 국민 체육의 영역으로 국한시킬 수 없다. 스포츠 과학의 체계적 육성을 통해 국민체육을 진흥함과 동시에 새로운 경제적 가치창출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스포츠 과학에 대한 정부의 체계적 지원도 병행돼야 한다.

박항식 교육과학기술부 과학기술정책기획관 parkhs@mes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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