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서울시 독산동에 있는 전기차 제조사 레오모터스를 찾았다. 이 회사는 지난 2006년 출범 이후 전기경차와 전기스쿠터, 전기트럭 등을 잇따라 개발하면서 전기차 시장을 선도한다. 내년부터 국내에 시판할 도로주행용 전기차를 처음으로 타봤다.
이날 시승한 전기차는 젊은 층을 겨냥한 소형 SUV(모델명 S-15) 타입이다. S-15는 도요타의 인기 SUV모델인 ‘라브(RAV)4’의 플랫폼에 전동식 파워트레인(모터+트랜스미션)을 결합한 전기SUV 차량이다. 시판 중인 가솔린 자동차의 프레임과 바디, 내장재까지 그대로 가져왔기에 외형상으로 전기차란 사실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요즘 저속형 전기차의 도로주행 여부를 놓고 법적 논란이 일지만 S-15는 안전성과 성능면에서 도로주행에 무리가 없는 국내 최초의 본격적인 전기차다.
본네트를 열어봤다. 엔진이 있을 자리가 휑하니 비었다. 작은 베개 만한 15Kw급 AC모터가 이 차를 움직이는 구동력의 전부다. 자동차 엔진룸에 빈 공간이 워낙 많아 충돌시 안전을 지켜주는 크러시존은 충분히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최대 1200번까지 충전이 가능한 신형 납축배터리는 차량 뒷 자리에 고정됐다.
내부 인테리어와 편의장치는 보급형 SUV모델로서 나무랄 데 없는 수준이다. 주행능력을 시험해 봤다. 시동키를 돌려도 시동 소리가 전혀 안 들린다. 모든 전기차의 장점인 정지상태에서 정숙함은 기존의 어떤 최고급 승용차도 못 따라올 수준이다. S-15는 5단 수동식 변속기를 달았지만 특이하게 클러치가 없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동력이 저절로 끊겨서 클러치 없이도 기어를 쉽게 바꿀 수 있다. 가속페달을 밟자 ‘쉬윙’ 하는 기계음과 함께 차가 앞으로 튀어나간다. 가속력이 장난이 아니다. 이 차를 끄는 15Kw모터는 사실 800cc경차 엔진수준이다. 차량덩치에 비하면 힘이 크게 달린다. 그 대신에 전기모터는 초기 토크가 좋아 1단 출발시 가속력은 2000cc급 엔진과 맞먹는다. 탁 트인 길로 들어섰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봤다. 역시 모터출력의 한계로 속도계는 80㎞/h를 넘지 못했다. 고속도로 진입은 어렵지만 시내주행에는 충분한 주행능력이다. 레오모터스는 보급형 S-15의 상위모델로 40Kw급 전기모터를 장착한 S-40모델도 개발 중이다. S-40은 제로백이 6초, 최고시속 150Km로 스포츠카와 맞먹는 주행성능을 갖춘다.
시승을 통해 전기차의 정숙함에 뒤따르는 단점도 나타났다. 엔진소음이 제로에 가깝다 보니 솔직히 운전의 재미가 떨어졌다. 실내가 너무 조용해 트랜스미션과 서스펜션의 삐걱거리는 소음이 신경을 건드렸다. 아직 개선할 점은 많다. 하지만 초고유가 시대에 전기차가 지닌 경제성과 친환경성은 너무도 매력적이다. 레오모터스는 안전성 평가를 거쳐 내년 하반기부터 S-15를 대당 2500만원에 판매할 예정이다. 석유가 바닥나도 계속 탈 수 있는 자동차가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배일한기자 bai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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