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에 이전 가격에 따른 세금 문제가 발등의 불로 다가왔다. 이전 가격은 서로 다른 국가에 소재하고 있는 관련기업 간 이루어진 거래 가격을 지칭한다. 오래전부터 각 나라의 과세 당국이 자국 내 소득이 국외로 이전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러한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1996년부터 시행하고 있으며 국내 법인은 물론이고 한국에 진출한 외국인 투자기업에도 이전 가격 세무조사를 시행하고 있다. 최근 중국 세무 당국이 이전 가격과 관련해 거액의 세금을 잇달아 추징하면서 중국에 있는 우리 기업들도 자칫 잘못하면 세금 폭탄을 맞을 위험에 처하게 됐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 수는 4만7000개가 넘는다. 그런데도 대다수 한국 업체가 중국의 이전 가격 과세제도에 이해가 부족하다니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중국 정부가 이전 가격을 처음으로 명문화한 법률은 1991년 제정한 ‘외국인투자기업과 외국기업소득세법’이다. 이후 몇 차례에 걸쳐 이전 가격 과세를 강화하다 지난해 3월에는 신기업소득세법으로 또 한 차례 이전 가격 과세의 법적 기반을 정비했다. 현재 중국 세무 당국은 이전 가격 조사 대상 기업으로 특수관계 기업 간 거래가 많은 업체, 장기 결손 및 이익이 불규칙한 기업, 동일 업종에 속해 있으면서도 다른 기업에 비해 이익이 현저히 낮은 업체 등을 우선 주시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상당수 우리 기업이 이 같은 중국 세무 당국의 표적에 들어간다는 점이다. 글로벌 시대에 이전 가격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이 때문에 오래된 해외 진출 역사를 갖고 있는 선진국의 다국적기업은 오래전부터 이전 가격을 국제 조세 위험관리의 핵심 사안으로 인식, 관리하고 있으며 이로써 적정한 이익을 산출하고 있다. 실제로 해외 진출이 활발한 미국과 일본 기업은 이를 전담하는 부서를 따로 두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우리 기업은 이제야 이의 중요성을 깨닫는 수준이어서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우리도 이제 글로벌기업과 마찬가지로 이 문제를 전담하는 조직을 갖출 필요가 있다. 문제는 중소기업이다. 그나마 대기업은 전담 인력을 두고 현지 세무 전문가를 채용하는 등의 대처를 할 수 있지만 자금이 빈약한 중소기업은 그럴 형편이 안 된다.
물론 중소기업도 현지 회계 및 세무 전문가 힘을 빌릴 수 있지만 이전 가격 과세 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른 줄도 모르는 중소기업이 많은 것을 감안하면 너무 한가한 소리다. 이전 가격 과세 문제에 개별 기업이 먼저 철저히 대비해야 겠지만 정부도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애꿎은 세금 폭탄을 맞지 않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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