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문화콘텐츠 `산업생태계` 조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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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문화콘텐츠 산업의 위기는 예측 불허다. 문화콘텐츠의 맏형인 영화산업은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지 오래며, 효자산업 온라인게임도 성장이 정체하고 있다. 한국의 문화콘텐츠 산업은 2002년 ‘재무적 투자자’가 대거 유입되면서 산업적 면모를 갖췄으나, 지난해부터 영화와 게임 등에서 투자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이는 투자촉진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화 한 편을 찍고 나면 돈을 버는 것은 이미 천정부지로 몸값이 오른 몇몇 스타와 주요 스태프 및 유통을 장악한 배급사들뿐이다. 게임 제작도 게임 인력의 개발 트레이닝으로만 끝난다. 결말은 재무적 투자자들의 막대한 손실이다.

 돌파 방법은 시장 확대와 제작비용 절감 두 가지뿐이다. 시장 수요 확대는 해외 진출로, 비용 절감은 제작시스템의 투명화로 가능하다. 그런데 이 두 문제는 뿌리가 똑같다. 수익을 얻으려는 재무적 투자자의 수익 전망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예측 가능성은 모두가 신뢰하는 시스템이 만들어 준다. 현재는 재무적 투자자와 전략적 투자자, 주요 제작자 사이의 신뢰시스템이 거의 붕괴된 상태다. 무엇보다도 기획과 제작 과정 투명성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문화콘텐츠는 산업적 면모를 갖춘 지 이제야 6년이 지났다. 미국 할리우드 시스템은 패러마운트 판결 이후 60년이 지났다. 게임도 엇비슷하다. 6년과 60년. 급격하게 시장이 성장하면서 출연진·제작자·투자자·배급사 등의 분화도 급격히 일어났다.

 현재의 위기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일 수도 있다. 최근 영화에서 그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자진해서 출연료를 받지 않는 사례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를 시장에 맡겨 기다리기에는 국제 환경이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쟁자들이 그 사이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

 이제 시급한 것은 국가가 문화콘텐츠 산업을 위해 신뢰시스템을 지원하는 특단의 대책이다. 재무적 투자자들이 창작의 속성을 이해하며 제작진도 합리적인 제작 관리로, 배급사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제작해 전체 시장의 확산을 꾀해야 한다. 지난 정부는 이런 생태계 만들기에 집중하기보다는 특정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그 성공에 기대어 정책적 효과를 과시하는 각론의 전략에 머물렀다.

 그래서 지금의 위기는 ‘구조적 위기’라기보다는 ‘마찰적 위기’로 보인다. 지금의 위기에 안이하게 대처하게 되면 문화콘텐츠 산업은 회복이 불가능한 구조적 위기로 갈지 모른다. 한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전방위적 효과를 드높이는 문화콘텐츠의 발전을 여기서 실기한다면 다시는 회복이 어려울 수도 있다.

 이를 위한 특단의 조치로 이번 정부에서 ‘문화콘텐츠 완성보증보험’을 만든다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많은 말보다 단 한 번의 실천이 백배 낫다. 세계 문화콘텐츠 강국들은 모두 완성보증보험을 통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투자 자금의 유입을 보장하고 있다. 비록 나라마다 그 운영 방식은 약간씩 다르지만 완성보증, 지급보증을 통해 제작 과정의 투명성과 흥행의 예측 가능성이 증대해 제작·유통·투자 각 참여자의 신뢰시스템을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이번 정부 정책 안에서 아쉬운 점은 시범사업 형태 등을 거친 후 본격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신호는 명확해야 한다. 그래야 민간 투자도 극대화된다. 해외 선진국의 전례가 풍부한 상황에서 시범사업의 형태를 굳이 취하는 미온적(moderate) 요법보다는 영화 장르 등 시급한 장르에 우선 전격적으로 도입하는 충격(surprise)요법이 정책 실효성에서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다. 모든 정책은 타이밍이다. 물론 문화콘텐츠 산업은 고용창출형 산업이고 연관 효과도 크다고 하나, 조선·휴대폰 등 한국의 주력 산업과 비교했을 때 많이 부족할 수 있다. 그래서 조선이나 휴대폰 때문에 전 세계인들은 한국에 호감을 갖고 또 때로는 부러워도 한다. 그렇지만 전 세계인들을 한국에 ‘미치게 만드는 것’은 오직 문화콘텐츠뿐이다. 유승호 강원대 교수 shryu@kangw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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