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땐 쉬자` VS `그래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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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류업계 CEO에게 올해 상반기는 그야말로 숨가쁜 시간이었다. 화물연대 파업이라는 파고를 온몸으로 맞아야 했고 고유가로 인한 물류비용 상승에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야 했던 한해다. 하반기에도 유가와 환율이라는 변수 때문에 수장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그래서일까. 물류업계 CEO들은 떠들썩한 휴가보다는 가족과 함께 한적한 곳으로 떠나 독서나 취미생활 등을 즐기며 망중한(忙中閑)을 즐기리라 예상된다.

 김치웅 글로비스 사장은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 사이로 휴가를 잡아 놓았다. 2분기에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한 만큼 박 사장의 발걸음은 가볍다. 그룹 내에서 ‘재무통’으로 알려진 그는 휴가기간 동안 물류와 관련된 전문서적을 읽으며 하반기 사업전략을 다듬을 계획이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해 물류 시장의 구조적 문제점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최근 직원 조회 때 “휴가 기간이 여러분에게 재충전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며 “(휴가를 잘 활용해) 8월 24일에 시행할 물류관리사 시험에 꼭 합격하길 바란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서강호 한솔CSN 사장은 다음달 14일부터 18일까지 5일 동안 부부동반으로 백두산에 간다. 평소 여행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진 서 사장은 왕성한 활동력으로 지난해에는 미국 보스톤마라톤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국내 물류업계 홍일점으로 알려진 페덱스코리아의 채은미 지사장은 이번 휴가 동안 한 가정의 어머니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계획이다. 8월 첫째주에 5일 동안 시댁 식구와 함께 국내에서 휴가를 즐길 계획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채 지사장은 “일과 삶의 균형이 중요하다”며 “휴가를 잘 쓰는 사람이 업무 효율도 높다”고 직원들을 독려한다는 것이다.

 민병규 CJ GLS사장은 다음달 중 서울 근교에서 여름 휴가를 즐길 계획이다. 정확한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평소 바둑을 즐기기로 알려진 민 사장은 조용하게 휴가를 보내며 하반기를 맞을 생각이다.

 반면 ‘이열치열’파도 있다. ‘일’로써 더위를 잊으려는 물류업계 CEO들이다.

 여성구 범한판토스 사장은 휴가를 가지 않는다. 8월 중순까지 지방 물류센터 방문과 경영 현안 점검 등의 일정을 소화한 뒤 임직원과 함께 비전워크숍을 갖는 것으로 갈음한다.

 김병훈 현대택배 사장도 아직 특별한 휴가 계획을 정하지 않은 상태. 대신 회사 모토인 ‘열정으로 업무에 임하자’는 말처럼 다음달까지 직접 경영 현장을 발로 뛰어다닐 계획이다. 사활을 걸고 있는 성공적 해외 진출을 앞두고 국내 네트워크를 점검한다는 차원에서다.

 김종철 TNT코리아 사장도 일을 택했다. 그는 “물류대란 이후 업계가 모두 어려운 시간을 보내는 만큼 회사를 위해 휴가를 반납하겠다”며 “대신 우리 직원들은 여름 휴가를 꼭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신 시간을 쪼개 좋아하는 동양고전 몇 권을 읽으며 마음을 달랜다는 게 김 사장의 생각이다.

 정진욱기자 cool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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