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버리지 못하고 소장하고 있는 물건이 하나씩은 있다.
그 물건에는 잊지 못할 추억이 담겨 있어 추억이 소중한만큼 쉽게 버리지 못하는 것일 게다. 회사로 출근하기 위해 집을 나설 때마다 지나는 우리 집 현관 한편에는 먼지 쌓인 구두가 한 켤레 있다. 13년 전 남대문에서 산 구두다.
벤처 붐이 일던 시절, 나는 친하게 알고 지내던 선후배와 함께 제안서 한 뭉치를 들고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이제 막 IT 벤처 붐이 일던 때라 저마다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며 젊은 혈기를 내보이던 시절이었다. 연구실에 모여 앉아 토론을 벌인 끝에, 향후 꼭 필요할 사업 아이템은 ‘보안’ 영역이라 결론을 내고 밤낮을 새워가며 사업 제안서를 작성했다.
그 사업 아이템을 바탕으로 하는 사업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CEO들을 찾아 다니던 당시, 난생처음으로 정장용 구두를 장만하게 됐다. 그 구두에 행운이 있었는지 아니면 열심히 뛰어다닌 탓인지 결국 사업 자금을 지원받아 지금의 소프트포럼을 시작할 수 있었다.
내가 처음 맡은 분야는 영업이었다. 그때 소프트포럼은 은행의 인터넷뱅킹에 ‘보안’이 필요함을 감지하고 인터넷뱅킹에 사용될 보안솔루션 PKI솔루션을 개발해냈다. 제품 설명서를 들고 은행 보안 담당자들을 일일이 찾아 다니다 보면 어느새 긴 하루가 지나 있었다.
그렇게 그 구두를 신고 뛰어다니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사업 동지들과 결의를 다졌으며 소중한 우리 직원들과 웃고 울었다. 구두 한 켤레로 시작한 보안전문업체 소프트포럼은 매년 지속적인 성장을 보이며 작년에는 연매출 150억원을 올렸다. 그리고 지금은 보안 관계자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PKI 기반 보안솔루션 국내 1위 업체로 발돋움했다.
아내는 신지도 않는 낡은 신발이니 버리라고 성화지만 나는 차마 버릴 수가 없다. 출근할 때마다 현관에 놓인 그 낡은 구두를 보며 나는 ‘오늘도 해보자’고 마음을 다진다. 사업 동지들을 만나 기업을 시작할 수 있었던 구두 그리고 처음으로 고객사를 만들 수 있도록 동지들과 함께 열심히 뛰어다녔던 그 구두 한 켤레는 나의 역사이자 우리 기업의 시작을 기억하는 앨범과도 같다.
이순형 소프트포럼 최고운영책임자 겸 부사장 balboni@softfor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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