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질병 관리 차원의 지리정보시스템(GIS) 역할이 한층 높아지는 추세다. 반면에 IT 강국 특히 GIS 강국을 주창하는 우리나라 현실은 어떤가. 국토해양부에서 매년 3000억원 이상을 들여 구축 중인 GIS를 국가방역시스템에 전혀 활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우수한 통신네트워크와 정보유통망·지형도를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 이미 표준안이 만들어진 UFID 기반의 지오코드(Geo-code), 다양한 인재 양성 등 GIS 인프라는 선진국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그 활용도는 매우 낙후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일례로 몇 개월 전 전북 김제의 고병원성 조류독감(AI) 발생 때 발병 건수 43건에 가금류 830여만마리가 살처분된 바 있다. 이는 지난 2003∼2004년의 19건과 2006∼2007년 7건이 발생한 것에 비하면 매우 우려되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러한 AI 확산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보다 초기 방역망의 부실을 꼽을 수 있다. 발병 초기 발생 지점 반경 3km 이내 철저한 살처분이 이뤄지지 못했다. 발병 한 달이 지나 가금류 거래를 금지하고 차량 소독을 실시했다. 늑장 대응을 한 것이다.
이는 중앙정부와 지자체, 관련 기관의 유기적 협조를 통한 국가적 방역시스템이 부재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아울러 살처분된 가금류의 처리도 과학적 분석 없이 해당 농장 인근 땅에 파묻는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다. 전북도에만도 150곳이 넘는 매몰 장소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매몰로 인한 침출수로 지하수 오염 등 2차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특히 살처분 가금류의 대부분이 매몰된 김제 지역은 상수도와 하수도 보급률이 각각 70%와 35%로 침출수 발생 시 만경·동진강과 새만금 담수호의 오염도 심각히 우려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캐나다·미국 등 선진국에서 GIS와 IT를 이용한 선진국의 국가방역시스템을 우리 정부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들 국가는 AI 등 전염병 발생 시 우리의 질병관리본부 격인 위기관리센터를 중심으로 정부 부처와 지자체, 양계협회, 언론사 등이 비상 네트워크를 가동하고 매뉴얼에 의한 공동 대응을 적극 진행한다. 최근에는 대만이나 태국 등도 GIS 기반의 AI 방역시스템 구축이 활발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국가 정보화 사업을 통해 이미 농촌의 가금류와 가축 정보의 수집·갱신 체계를 정립해놓고 있다. 일단 AI 의심 사례가 신고되면 역학조사→발병지역 감시→실험실 검사→판명→일정 반경 살처분→확산 방지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발병 농가와 감염 위험이 높은 농가를 선별, 지도상에 표시할수 있다. 나아가 농가의 세부 정보 즉, 위치·사육 규모·과거 질병 이력·지번과 행정구역, 도로망과 접근로 등 상세 정보를 지도 형태로 인터넷을 통해 관련 기관이 공유해 질병의 조기 차단에 결정적 역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정보 활용이 가능한 것은 정부가 이미 각 농가에 지리적 위치를 이용한 ID(Geo-code)를 부여, 농가에서 인터넷으로 직접 정부의 GIS 데이터 저장소에 등록하고 언제나 정보 갱신이 가능하도록 편의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해상도 위성 영상에 농가 위치를 표시해 지자체와 관련 기관이 보다 용이하게 질병의 공간적 확산을 파악하도록 해놓고 있다.
또 토양과 지하수, 지형과 생물 등 다양한 지역정보를 분석해 GIS의 지도중첩 기능을 이용한 최적의 살처분 매몰 장소를 선정하므로 2차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따라서 GIS 기반의 방역시스템 구축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단지, 부처 간 구축된 DB 공유와 갱신을 위한 표준안 제정 및 역할 분담, 이해당사자 간 협의체 구성, 국산 위성에서 제공되는 영상정보 활용 등을 서둘러 진행하면 된다. 새로운 사업의 추진보다는 이미 만들어진 결과물을 활용하는 공무원의 실용주의 정신이 아쉬운 때다. 김계현 한국공간정보시스템학회장(kyehyun@in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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