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모든 일의 의욕이 사라지는 때다. 더위에 지친 도시의 영혼들은 산과 바다로 심신의 피로를 씻으러 간다. 하지만 외유도 항상 유쾌하지는 못하다. 고유가 시대, 기름 먹는 하마로 변신한 당신의 차는 지갑을 더욱 가볍게 하고 해변을 가득 메운 피서객은 불쾌지수를 낮추기는커녕 짜증지수만 높인다. 그렇다면 무더운 여름. 시원한 극장을 찾아봄이 어떨지. 여름에 극장만큼 시원한 곳도 없다. 당신 때문이 아니라 더워서는 안 되는 각종 첨단 기기를 식히기 위해서라도 극장주가 에어컨 밸브를 ‘하이’로 맞춰 놓을 테니 말이다.
극장으로 피서를 떠나보자. 요즘 볼 만한 영화가 없다고? 이런 분들을 위해 여름 보양식만을 엄선한 영화제가 있다. 바로 올해로 12회째를 맞이하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www.pifan.com)다. 평소에 즐기지 못한 바깥세상이 궁금하시다면 오늘 당장 부천을 찾기 바란다. 많은 작품이 예매로 소진되기는 하지만 현장 판매 표도 많다. 부천 영화제는 사실 부산, 전주 영화제에 비해 그리 유명하지 않다. 비슷한 역사를 가졌지만 ‘판타스틱’이라는 다소 접근성이 떨어지는 장르 영화제를 표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입견은 버리기 바란다. 판타스틱 영화라도 일반 흥행 영화보다 화려하고 재미있는 작품이 많다. 특히 젊은 감독의 재기발랄한 영상미를 확인하는 데는 부천만큼 좋은 곳이 없다.
18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오는 25일(금)까지 개최되는 올해 부천 영화제에는 39개국 205편의 영화가 초대됐다. 개막작은 이스라엘 출신 아리 폴먼 감독의 ‘바사르와 왈츠’. 폐막작은 곽재용 감독의 ‘싸이보그 그녀’로 각각 결정됐다. 영화제의 묘미는 평소 스크린에서 보기 힘든 특이한 영화를 보는 데 있다. 그래서 하는 말이지만 미국산 흥행작이나 개봉 가능성이 있는 영화는 잠시 참아주기를. 몇 개의 강추 영화를 소개하겠다.
인도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에게는 부천이 반갑다. 올해도 ‘옴 샨티 옴’ ‘유령 친구 부트나스’ 등 네 편의 발리우드 영화가 상영된다. 이 중 2007년 인도 최고의 흥행작으로 불리는 ‘옴 샨티 옴’을 강력 추천한다. 살해당한 이가 연예계 스타로 환생해 살인자에게 복수를 한다는 판타스틱 멜로 드라마인 이 작품은 독특한 영상과 춤과 액션이 어우러진 영상이 관전 포인트다.
더운 여름이 짜증나는 이에게는 액션 영화가 딱이다. 영화제의 중요 키워드 중 하나가 ‘월드 액션의 발견’인만큼 부천에서는 새로운 스타일과 나라의 특색이 잘 살아 있는 액션 영화가 다수 소개된다. 부천 초이스 장편 출품작인 ‘미라지 맨(Mirage Man)’은 평범한 현실 속 인물인 마르코가 마스크를 쓰고 악한 이를 처단한다는 내용의 영화. 이 작품은 CG 없는 액션 장면, 스타일리시한 연출, 생동감 있는 편집 삼박자가 골고루 맞아떨어진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환상 영화학교, 아시아의 액션 영화’ 강사진으로 참여하는 아시아 4개국 액션팀이 작업한 대표 작을 소개하는 ‘열혈남아 특별전’은 할리우드 영화에 매몰된 당신의 액션 본능을 일깨워주기 충분하다. 특히, 나가시키 슌이치 감독의 ‘검은 띠’는 부천 영화제가 아니면 보기 힘든 작품.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를 리메이크 한 감독으로 잘 알려진 슌이치의 ‘검은 띠’는 쇼와시대 7년 히데다카 도장에서 가라데를 배우는 세 명의 젊은이의 이야기로 독특한 소재와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한정훈기자 exis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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