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외화 조달 고삐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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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달러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외화자금 차입 규제를 잇따라 완화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14일 최근 공기업의 해외 차입을 전면 허용한 데 이어 외국은행 지점의 본점 차입에 대한 이자비용 손비인정 한도를 자본금의 6배로 완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순채무국 전환이 확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규제 완화는 대외채무를 더욱 늘릴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외화차입 문턱 낮춰=기획재정부는 14일 국내 달러 유입을 촉진해 환율을 하향 안정시킨다는 차원에서 외국은행 국내 지점의 본점 차입금 이자에 대한 손비인정 한도를 6배로 다시 되돌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외은지점의 차입이자 손비인정 한도는 단기외채를 억제하기 위해 올 1월부터 3배로 축소됐으나 7개월여 만에 ‘없던 일’이 된 셈이다. 외은지점의 본점 차입 규제 완화로 올 하반기에만 100억달러의 유입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획재정부는 내다봤다. 이 방안은 올 하반기에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에 관한 시행령을 개정, 2008년 사업연도부터 적용되도록 추진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기획재정부는 공기업의 해외 차입도 전면 허용하기로 했다. 지난해 2월부터 공기업에 부과했던 해외차입 자제 권고를 해제해 국내로 달러 유입량을 늘려 환율의 추가 상승을 막기 위한 것이다. 정부는 공기업 해외차입 허용으로 하반기에만 약 40억달러가 국내 외환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외채무 증가 우려=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부의 정책 변화가 대외채무를 증가시켜 펀더멘털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현재 우리나라의 대외채무는 4124억8000만달러로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1724억3000만달러의 2.4배에 이르고 있다. 대외채무는 지난 2006년 721억달러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221억달러 급증했다. 특히 단기외채가 크게 늘며 지난 3월 말 현재 42.8%로 비중이 높아졌다. 이는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말 48%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반면에 순대외채권은 감소하고 있어 이대로라면 8년 만에 처음으로 순채무국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무리하게 달러화 공급 확대에 나서면 한국물 공급 증가에 따른 차입비용만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9, 11월에 중장기 외화차입 만기가 집중돼 있는 시중은행은 외은지점 및 공기업의 차입물량 증가로 달러가뭄이 심화될 것이라는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대외채무는 그다지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외은지점의 외화차입은 사실 고유의미의 외채는 아니며 상환 위험도 없다”며 “현재로서는 외채보다는 외화조달이 더 시급한 상황”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또 국내 은행의 차입여건 악화 우려에 대해서도 “(본점 차입축소로 인한) 외은지점의 본점외 차입증가는 오히려 외화자금시장에서 국내 은행의 차입을 구축하는 효과(crowding-out effect)로 작용했다”며 “따라서 이번 조치는 시중은행의 외화조달 여건을 개선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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