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000억원의 행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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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를 비롯한 국내 LCD 산업은 지난 3월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정부가 할당관세 제도를 확대, 조정하면서 수입에 의존하는 LCD 패널의 네 가지 핵심 양산장비에 연말까지 무관세 혜택을 주었다. 감면 혜택은 1000억원을 넘는다는 게 당시 업계의 추산이었다. 디스플레이 산업에 함께 몸담은 기자로서 반길 일이지만 다소 의외였던 것도 사실이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국내 업계에 한해 호혜적인 관세제도를 도입할 수 없다”던 기획재정부가 애써 세수 축소를 자청할 리 만무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반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직접 수혜자인 삼성전자(LCD총괄)와 LG디스플레이는 전에 없는 호황을 구가했다.

 정부의 뜻이 무엇일까 생각했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올해 돈이 넘쳐날 판이지만, 양사의 LCD 설비투자가 8조원에 달하는만큼 약간의 세금을 줄여줄 테니 국내 장비·부품·소재 산업의 경쟁력 강화로 돌려주라는 뜻이 아니겠는가. 이상완 삼성전자 LCD총괄 사장이나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도 입버릇처럼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쟁력은 장비·부품·소재에 달려 있다”고 강조해왔던 터였다.

 정부 지원책 발표 후 석달이 지났다. 지금까지 삼성·LG가 얻어낸 1000억원의 행방이 묘연하다. 올해 들어 삼성전자 자회사인 세메스가 두 자릿수 이익률을 기록했으며, 역시 한 식구인 삼성코닝정밀유리가 50%대 이익률을 내며 집안 잔치를 벌이는 동안 대다수 장비·부품·소재 업체들은 이익률 압박에 시달리며 간신히 연명한다. 지난 1분기 삼성·LG가 유례 없는 호황을 누리며 조용히 넘어가는가 싶더니 최근 LCD 패널 시장이 잠시 주춤하자 또다시 양사의 판가 인하 움직임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도 한다.

 물론 정부의 관세 감면분 1000억원을 협력사들에 무작정 나눠주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양사에는 비록 ‘껌값’일지라도 차세대 장비·부품·소재 개발 등 협력사와 최소한의 고통 분담이 필요한 쪽에는 과감히 써야 하지 않겠는가. 이유는 그 돈이 삼성·LG만의 몫은 아니기 때문이다.

  서한기자<신성장산업부> h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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