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 삼성, 속으론 ‘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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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가 경쟁사인 삼성에서 핵심부품을 조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양사가 협력에 인색한 겉모습과 사뭇 대조적이다. 최근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양사의 패널 교차구매를 두고 “38선이 그어진 남북만큼이나 감정의 골이 깊은 것 같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부품 구매에서 LG는 삼성의 주요 고객사인 동시에 핵심 동지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삼성전기·삼성코닝정밀유리에서 LED BLU 광원 모듈, LCD용 정밀유리, MLCC, 리니어 진동모터 등을 가져다 쓴다. 삼성SDI 또한 물량은 적지만 CRT용 섀도마스크를 LG마이크론에서 조달한다.

LG계열사는 왜 삼성 부품을 쓸까. 공통점은 LG부품 계열사인 LG이노텍과 LG마이크론이 생산하지 않거나 양산 규모의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세계 시장에서 이미 뛰어난 성능과 가격경쟁력을 갖춘 삼성의 부품이기에 LG로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삼성전기에서 55인치 LED BLU 광원 모듈을 오는 4분기에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전기가 공급할 제품은 기존 LED BLU 광원보다 LED 수를 35%나 획기적으로 줄였다. LG디스플레이도 공동 개발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LG전자는 지난해 초부터 삼성전기의 리니어 진동모터를 자사 전략제품인 터치폰에 적용했다. 리니어 진동모터는 휴대폰 터치스크린 버튼을 누르면 수직방향으로 진동, 떨림을 느끼게 하는 부품이다. LG의 대표폰인 ‘프라다’ ‘뷰티’ 등 총 5종의 LG폰 안에는 삼성전기의 진동모터가 있다.

LED BLU 광원모듈·리니어 진동모터가 최근에 구매가 이뤄진 품목이라면 LCD용 정밀유리·MLCC는 전통적으로 LG가 삼성에서 조달하고 있는 대표 부품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LCD용 정밀유리는 삼성코닝정밀유리(대표 이석재·SCP)가 전 세계 시장의 30% 가까이 석권, 점유율 1위를 차지한다. LGD는 LCD 사업 초기부터 SCP에서 정밀유리를 납품받았다. 지난 1분기에만 전체물량 중 42.1%에 달한다.

MLCC는 삼성전기의 주력제품 중 하나로 LG전자의 LCD TV, 휴대폰, PC 등에 폭넓게 쓰인다. 삼성전기는 고용량 MLCC 제품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유명하다.

김중균 서울산업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소형 부품은 공정 장비와의 연계성이 적어 싸고 품질만 좋다면 어느 브랜드 제품을 쓰든 상관없다”며 “이 때문에 패널 교차구매보다 부품 상호구매가 더 활발히 일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성인·안석현기자 siseol·ahngi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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