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저작물 불법복제 방지 대책 `무용지물`

 정부가 추진해온 교육용 디지털저작물의 불법복제 방지 조치가 사실상 겉돌고 있다. 초·중등 학교가 교육용 디지털 저작물 복제 방지를 위한 기술적 조치를 마련하도록 하는 저작권법 시행령이 1년 유예를 거쳐 지난 1일 발효됐는데도 전국 1만여개에 이르는 대부분의 초·중등학교는 아직 비용과 호환 문제로 이를 위한 디지털저작권관리(DRM) 솔루션조차 도입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교육용 디지털저작물의 불법복제 방지를 위해서는 DRM 시스템 등을 설치해야 하지만 지난해 시범사업이 끝난 이후 자체적으로 DRM 시스템을 구축한 학교는 하나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정부가 이를 보완하기 위해 내놓은 다른 기술적인 조치는 초보자도 쉽게 풀 수 있을 만큼 간단해 복제 방지책으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지난해 7월 개정된 저작권법과 시행령은 학교에서 교육 목적으로 타인의 저작물을 인터넷이나 PC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대신 이들 저작물이 외부에 유출되지 않도록 불법복제 방지 및 접근 제한 등의 조치를 하도록 규정했다. 따라서 파워포인트 등 문서 자료를 비롯해 최근 활용이 늘고 있는 동영상과 이미지, 수업참고용으로 쓰이는 음악이나 영화 등 멀티미디어 파일 등 각종 저작물에 DRM과 같은 복제를 방지하는 기술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하지만 DRM을 구축하는 비용이 각 학교에 부담이 되는데다, 호환성이 떨어지는 DRM을 도입하게 되면 교육용 자료를 학교에서 주고받을 때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학교에서는 도입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시행령 발효를 1년이나 늦췄으나 이렇다 할 해결점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그나마 교육과학기술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이의 대책을 논의한 결과 오른쪽 마우스 클릭을 금지하거나 웹 스크립트 복제 금지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했지만,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잠금장치를 푸는 툴은 손쉽게 구할 수 있어 복제 방지를 위한 조치로 보기는 힘들다.

 학계와 업계 주변에서는 이에 대해 향후 학교에서 저작물 불법복제가 판을 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국가 예산을 투자해 학교 DRM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오영우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정책과장은 “각 시·도 교육청에서 학교가 기술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경남 교육과학기술부 사무관은 “DRM과 같은 기술적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것은 해외 사례에 비춰 보더라도 무리한 면이 있다”며 “교육용에는 적용을 완화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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