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점유율 지키려 무차별 소송
국내 발광다이오드(LED) 업계와 지리한 특허 공방을 벌이고 있는 일본 니치아가 최대 고객사 가운데 하나인 삼성전자에도 특허 침해를 경고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최근 서울반도체가 니치아와 2년 넘게 끌어온 디자인 특허 소송에서 단돈 250달러 보상이라는, 사실상 승소판결을 이끌어냈지만 니치아의 특허 공세는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부품과 세트를 망라한 니치아의 전방위 특허공세에 국내 업계의 공동 대응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 LCD총괄 관계자는 7일 “지난해 말 니치아에서 우리가 쓰고 있는 LCD 백라이트유닛(BLU)용 백색 LED가 자신들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사실을 통보받은 적이 있다”면서 “현재 내부적으로도 니치아의 LED 특허 침해 여부를 조사하고 있으며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특허 침해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도 향후 서울반도체와 니치아의 특허 분쟁 결과를 지켜본 뒤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LG전자와 더불어 니치아의 전 세계 매출 가운데 약 30%를 차지하는 핵심 고객사로 알려져 있다. 반도체·LCD 등 소자에서 휴대폰·TV 등 세트 제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LED 응용 제품군을 거느리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고객사마저도 특허로 압박하는 니치아가 향후 삼성전자에 공세의 수위를 더욱 높여나갈지 관심이 쏠린다.
◇뉴스의 눈
니치아가 최대 고객사 가운데 하나인 삼성전자에조차 특허 침해를 경고하고 나선 것은 결국 그룹 내부의 LED 공급사인 삼성전기를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기가 LED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삼성전자로 공급량을 늘려가게 되면 니치아에는 타격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또 다른 주요 고객사인 LG전자도 마찬가지다. 최근 계열사인 LG이노텍이 도요타고세이와 특허계약을 하고 LED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은 니치아에 큰 부담이다. 삼성전자·LG전자라는 거대 시장을 잠재적인 경쟁사인 삼성전기·LG이노텍에 뺏길 수는 없는 셈이다. 따라서 니치아가 현재 서울반도체와 격돌 중인 특허분쟁은 앞으로 삼성·LG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일종의 ‘지표’가 된다는 점에서 사활을 걸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니치아의 이 같은 특허전략은 해외 시장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익히 알려져 있다. 니치아는 지난 1996년부터 도요타고세이와 6년간 끈질긴 법정공방을 시작으로 오스람·크리·시티즌 등과도 끊임없는 특허소송을 벌였다. 그 결과 상호특허공유 내지 일방적 특허공여를 이끌어냈다. 특허 분쟁으로 경쟁사의 LED를 사용하는 세트 업체를 압박함으써 시장점유율을 지키는 한편, 특허사용료도 챙기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또 특허사용료가 원가에 전가되는 탓에 경쟁사 대비 가격 경쟁력 우위를 그대로 이어 나갈 수 있다.
서울반도체 관계자는 “니치아는 특허 배상금을 벌 욕심보다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려 한다”며 “지난 소송들에서 거액의 배상금을 받아낸 적이 거의 없는데도 계속해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니치아 관계자는 “니치아가 서울반도체에 특별한 목적을 갖고 특허소송을 하는 것은 아니다”며 “특허를 침해한 업체에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것이 니치아의 방침이자 정당한 권리행사”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향후 니치아가 LED 업계는 물론이고 국내 부품·세트 산업 전반에 특허 공세를 확전시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허 컨소시엄 등 업계 공동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한 LED 특허 전문가는 “과거 실패로 끝났던 공동 특허 대응 컨소시엄을 다시 한번 전략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면서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특허의 종류와 가치를 적절히 산정하고 업계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면 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서한·안석현기자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