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외환 풀어 환율 급등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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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7일 오전 각자 브리핑을 갖고 외환시장의 안정을 위해 환율 급등 시 외환보유고를 방출하는 등 공동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전날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박병원 경제수석 3자가 전격적으로 회동을 갖고 최근 환율 급등 등 외환시장 쏠림현상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동의하고 환율 급등 저지에 합의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환율 안정을 위해 공조체제를 더욱 강화하기로 한 것은 물가 안정을 위해 환율 급등을 결코 방치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 조치가 적절한 시기에 이뤄진 것이라고 평가했지만 외환보유고 매도를 통한 환율 방어효과가 미지수라는 지적도 있어 정부의 의지가 실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외환보유고 동원 불가피”=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그동안 공식적으로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외환보유고를 동원해 매도 개입을 해왔다”면서 “앞으로도 필요하다면 외환보유고를 동원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처럼 강력하게 환율방어 의지를 보인 것은 환율을 안정화시켜 급등하는 물가를 잡아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몇 달 전만 해도 물가보다는 경기회복이 우선이라며 고환율을 은근히 부추겼던 정부의 태도가 180도 바뀐 것이다.

 최 국장은 “정부당국은 물가 안정이 최우선 목표임을 여러 차례 밝혔다”면서 “환율 안정 대책을 다시 밝히는 것도 현 시점에서 물가안정이 중요하니 거기에 따라서 외환 정책을 운용하겠다는 방침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병찬 한국은행 국제국장은 “환율 상승 기대심리를 해소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며 제대로 된 수급 사정 정보를 알리는 게 중요하다”며 “최근 정부가 여러 번 조치를 취했지만 환율 안정속도가 느려 정부와 한국은행이 공동으로 하는 게 강력한 효과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적절한 시점에 이뤄진 조치”=전문가들은 시장 불확실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역외세력이 영향을 미치는 외환시장에 확실하게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풀이했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유가 급등세가 크기 때문에 아예 이렇게 한번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것이 시기적으로 괜찮다”며 “시장 불확실성이 워낙 커 교과서 원칙을 따질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유가가 150달러를 향해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이 1050원을 넘으면 물가 상승에 엄청나게 충격을 주기 때문에 최후의 보루를 쌓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정부가 단호한 의지를 보임으로써 외환시장이 투기적 분위기를 잠재워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시장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개입한다는 것 자체를 문제삼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외환보유액 동원 여부보다는 환율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심리를 꺾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효성 의문시=정부의 강력한 개입의지 표명에 따라 7일 외환시장은 환율이 급락했다. 당국의 영향으로 이날 외환시장에서의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9.4원 내린 1041.0원으로 하락 출발하고 최종적으로 7.5원 떨어진 1042.90원에 마감됐다. 일단 단기적인 약발은 먹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투기세력에 허점만 노출하고 동시에 외환보유고만 축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가 약 100억달러 정도를 시장에 투여했지만 투여한 당일에만 잠시 하락했을 뿐 꾸준히 천장을 확인하는 공방전이 계속됐다. 하루 현물환 거래량이 최고 160억달러에 달하는 상황에서 10억∼20억달러 개입으로는 전체 시장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투기세력에 허점만 노출할 수 있다는 우려다.

 송재은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외환시장 규모가 작지 않고 시장에서도 수요가 우위인 상황이기 때문에 외환보유액을 동원해 시장에 개입하더라도 별다른 효과를 얻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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