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가 연구개발(R&D) 과제 중 평가 하위 20%를 강제 탈락시키기 위한 평가에 돌입한 가운데, 탈락에 따른 페널티 적용 범위를 두고 R&D계에 큰 논란이 일고 있다. ▶본지 6월 12일자 1면 참조
6일 정부와 관계기관에 따르면 앞으로 20% 탈락 과제에 속하게 되면 현행 ‘산업기술개발사업 운영요령’ 등 관련 조항에 의해 1∼3년 동안 과제 참여 자체가 제한된다. 탈락된 과제 수행 책임자가 속한 연구기관이나 대학은 일정기간 정부 R&D 과제 참여 자체가 불허되는 엄청난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탈락률이 1.5%에 불과해 일정 기간 동안 참여제한을 받아도 별 문제가 없었지만 탈락률이 20%에 이르면 이야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현재 90% 이상인 우리나라 R&D 성공률에 좀더 엄격한 잣대를 가해 결과의 품질을 높이 위해서라도 “참여 제한이 필요하다”는 강경론과 운영요령 개정을 통해 과제 책임자와 소속 기관에 대한 “페널티는 분리 적용해야 한다”는 개선론이 맞부딪히고 있다.
산업기술 R&D의 세계적 모범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조차 정부 R&D 성공률이 25∼30%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R&D 탈락률 1.5%는 그야말로 ‘환상적인’ 성적이다. 매년 계속 과제가 양산되고 마지 못해 혈세를 지원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우리 R&D사업에 그만큼 거품이 많이 끼어 있는 것”이라며 “온정주의와 무사안일이 판치는 현 상황에서는 우리 R&D의 품질 혁신과 진정한 발전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당초 취지대로 20% 탈락 과제에는 평가에 상응하는 향후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물론 R&D 현장에서조차 하위 20%에 든 과제는 어느 정도 걸러내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인정한다. 다만, 소속 기관이나 대학이 같다고 해서 탈락 과제와 같은 불이익을 입어야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지적이다. 숨가쁘게 변화하는 기술 개발 환경에서 1∼3년의 참여 제한은 ‘사형선고’나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R&D 과제 수행은 그룹별로 책임을 갖고 진행되는만큼, 낙제된 과제에는그 수행주체에 책임을 묻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당장, 산업기술평가원은 단계 평가기간이 도래한 21개 과제 중에서 올해 안에 20%의 탈락 과제를 선별할 계획으로 평가 일정에 들어갔다. 전국 대학 및 연구소·기업들은 향후 사태 추이에 그야말로 촉각이 곤두서 있다.
올해 어떤 과제들이 탈락할 것인지와 그에 대해 어느 정도의 후속 징계가 내려지는지가 내년부터 정부 R&D 평가사업 전반에 ‘시금석’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진호기자 jh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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