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술료 산정 방식을 ‘매출액 정률제’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은 국가 연구개발(R&D) 품질과 기술경쟁력을 높이는 측면에서 ‘발상의 전환’으로 평가된다.
R&D 결과물을 가져다 쓸 때 기술료를 받지 않고, 그 기술이 매출로 연결됐을 때 매출액을 기준으로 받겠다는 것은 더욱 많은 기업·사업자가 R&D 결과물을 가져다 쓰도록 한 개방적 조치이자, 기업들이 초기 기술료 부담 없이 사업화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하는 시장친화적 조치다.
그러나 정부 예산의 책임성이 약해진다는 점과 산정·관리시스템의 미흡으로 인한 파행 우려 등 실질적인 안착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날 ‘국가재정 R&D분야 공개토론회’에 이어 진행된 ‘국가재정 문화산업 토론회’에는 문화기술(CT) 관련 국가 주도 연구기관의 필요성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출연금 정률제 만족도 저조=현행 ‘출연금 정률제’가 기술료 징수·관리의 효율성이 높다고 보는 관계 기관들의 이견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큰 틀에서 ‘매출액 정률제’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조류로 받아들여졌다.
지경부가 중간평가를 통해 하위 20%의 R&D과제는 강제 탈락시키는 등 초강수를 고수하는 것도 매출액 정률제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시스템적으로 예방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행보다.
기존 출연금 정률제는 시장에서도 그다지 환영받지 못한 병폐를 안고 있다. 최근 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조사에 따르면 출연금 정률 징수에 불과 14%의 기업만이 만족하고 있을 정도로 불만이 컸다. R&D 체계 전반을 시장친화적으로 바꾸겠다는 새 정부의 전략에 가장 힘을 실어주는 정서기도 하다.
◇‘고위험 기술’ 사업화 의욕 높일 것=매출액 정률제는 기업들로 하여금 매출 발생 전까지 R&D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고위험’ 기술의 사업화 의욕을 북돋우는 데 직접적 효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주관기관에는 기업의 매출이 기술료의 기점이 되는만큼 사업화 성공까지 기술지원을 충실히 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는 강점을 가졌다. 무엇보다 사업적 확신을 갖기도 전에 기술료부터 내야 하는 부담은 기업이 더 이상 지지 않아도 된다.
이에 대해 R&D 추진 및 결과에 책임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경부의 국가 R&D 체계 개편에는 일정 성과의 결과물이 나오지 않거나, 미약할 때는 지원금 환수 등의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 들어 있다.
◇“CT 전담 R&D기구 필요”=이날 함께 진행된 문화관광 분야 토론회에서는 한류 등으로 한국 문화상품의 상승세 유지를 위해 CT를 집중 육성하기 위한 국가 주도의 전담 연구기관이 설립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동호 숭실대학교 교수는 “문화산업과 CT의 중요성, 이 분야 선진국과의 격차를 생각해볼 때 전담연구기관을 통한 국가 주도의 연구개발이 필요하다”면서 “다양한 분야의 고급 인력들이 모여서 상호이해를 거쳐 시너지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문화산업을 견인하는 핵심기술이 바로 CT며, 장기적으로 다양한 CT의 확보가 필요하지만 문화상품의 개발에 밀려 CT의 발전을 위한 정책은 잘 마련되지 못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정책 개발 또한 미흡하다”며 CT전담 연구기관의 설립을 촉구했다.
권상희·이진호기자 sh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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