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세계 1등 조선에 첨단 IT날개 달자

Photo Image

 한국을 IT강국으로 우뚝 세운 삼성전자는 지난해 총매출 63조원에 영업이익 5조9000억원을 올려 9.4%의 이익률을 달성했다. 세계 1등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은 총매출액 15조5000억원과 영업이익 1조8000억원을 기록해 이익률 11.3%를 달성했다.

 반도체, LCD, 휴대폰 및 생활가전으로 대표되는 삼성전자의 제품은 일반적으로 같은 제품을 대량으로 찍어내는 공정이다. 반면에 조선업은 같은 배를 만들어도 찍어낼 수 없는 ‘토털 엔지니어링’ 산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중공업의 이익률이 높은 것은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독보적인 기술력과 생산성 때문이다. 조선산업이 사양산업이나 굴뚝산업이 아니라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산업임을 보여주는 단적인 지표다.

 세계 1등인 우리나라 조선산업은 외국 경쟁사와 비교해 IT의 도입과 응용이 비교적 활발히 진행돼 왔다. 조선업은 특성상 마스터 데이터만 3만∼4만건에 달해 타 업종에 비해 엔지니어링 및 관련 업무처리에 IT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 현재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전사적으로 자원을 관리하는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도입은 물론이고 설계 엔지니어링 업무에 통합 캐드(CAD)를 적용하는 등 조선업 내 IT 분야에서도 세계를 리드하고 있다.

 생산 현장의 힘든 작업을 로봇으로 대체하는 연구도 활발해 현재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블록에 붙은 이물질과 녹을 제거하는 벽면 ‘흡착식 진공 브래스팅(blasting) 로봇’, 선박 내부에 설치된 ‘파이프 내부 자동검사 로봇’, LNG선 화물창 내벽을 스스로 기어다니면서 스테인리스 패널을 용접으로 잇는 ‘스파이더 로봇’ 등은 국내 조선소에서 개발돼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제품들이다.

 그러나 아직도 개발해야 될 자동화 기술이 수두룩하다. 가장 시급한 것은 도장 자동화 사업이다. 선박의 건조 과정 중 도장은 가장 힘든 작업이다. 도장공이 부족해 업계는 울상이란다. 도장 작업의 자동화는 우리나라가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고 장기간 세계 1위를 유지할 수 있는 대표적 IT 융합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미래는 유비쿼터스 세상이다. 조선 산업도 모든 작업 환경과 시스템을 자동화하고 유비쿼터스 환경을 갖춘 ‘디지털 십 빌딩(digital ship building)’ 구축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먼저 설계 시스템인 캐드(CAD)를 통해 도면이 현장에서 즉시 활용되도록 협업 환경을 구축하고 캐드와 ERP의 고도화(CAD), 공급사슬경영(SCM) 등 전사적으로 모든 정보 시스템을 통합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아가 제품의 수요조사, 설계, 생산, 유지보수 및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보를 관리하는 PLM(Product Lifecycle Management) 도입도 요구된다. 결국 영업, 설계, 생산 및 사후관리 등과 연계된 모든 IT시스템의 통합은 생산성과 이윤의 극대화를 가져올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 IT산업이 비틀거리고 있다고 한다.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인 콘텐츠의 빈곤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세계 1등인 한국의 IT산업과 조선산업이 손잡을 때다. 지식경제부는 자동차, 조선, 국방, 건설, 의료 5대 주력산업과 IT의 융합 개발에 2008년 한해 706억원을 투자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조선산업 하나에만 투자해도 부족한 금액이다. 세계 1등끼리의 융합은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이끌 가장 확실한 먹거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호환 부산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chunahh@pusan.ac.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