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최대 유리기판 크기인 8세대 LCD 패널 양산투자를 선도하고 있지만 정작 핵심 공정 장비를 개발한 우리나라 업체들은 기대밖의 저조한 실적에 실적에 그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패널업체들이 외산장비와 달리 양산 검증이 안됐다는 이유로 국내 개발한 8세대용 장비의 구매를 꺼리기 때문이다. 삼성과 LG는 8세대 LCD 라인 규격을 통일하고서도 상대방 장비 협력사를 기피하는 것도 국내 업체의 부진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올초부터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각각 8세대 2단계 및 8세대 초기 투자에 나선 결과 화학기상증착(CVD)·스퍼터·에처 등 핵심 장비 발주물량 대부분을 AKT·도쿄일렉트론·알박 등 외산 업체들이 독차지했다. 특히 삼성전자보다 뒤늦게 8세대 투자를 시작한 LG디스플레이도 국내 협력사보다 외산 장비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세대 1단계 라인을 양산 가동한 삼성전자가 외산장비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던 것과 달리, LG디스플레이의 핵심 협력사들은 8세대 주요 장비를 개발해놓은 상태다.
올 들어 8세대 CVD 장비의 경우 주성엔지니어링이 일부 물량을 수주받을 것을 빼면, 거의 대부분을 미국 AKT가 휩쓸었다. 지난 7세대 라인만 해도 AKT와 주성엔지니어링이 각각 55대45 정도의 비율로 양분했지만 8세대 초기 투자에서는 AKT가 압승했다. 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고객사 입장에선 초기 안정적인 양산을 위해 (삼성전자의) 양산 검증을 끝낸 AKT를 선호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비록 소규모지만 일단 처음 양산성을 검증받고 나면 향후 추가 발주에서는 역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퍼터도 마찬가지다. LG디스플레이는 심지어 2대주주로 지분출자를 단행하며 핵심 협력사로 육성하겠다고 선언한 아바코에 지금까지 8세대용 장비 단 한대도 발주하지 않았다. 아바코 관계자는 “당장은 아니지만 조만간 장비의 기술 안정성이 검증되면 내년으로 예정된 8세대 2기 라인 투자에선 상당한 물량을 수주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8세대용 에처 장비의 경우 LG디스플레이는 핵심 협력사인 에이디피엔지니어링에 약 40% 정도를 발주한 반면, 일본 도쿄일렉트론에 나머지 60% 물량을 공급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세대 투자에서 도쿄일렉트론과 에이디피엔지니어링이 각각 양분한 비중과 비슷한 정도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1 1단계 투자에서 핵심 장비 거의 전량을 AKT·도쿄일렉트론·알박 등 외산장비에 의존한데 이어 올 들어 8-1 2단계 투자도 비슷한 양상이다. AKT가 사실상 독점해왔던 CVD 장비를 국내 협력사인 에스에프에이가 국산화에 성공해 이달 처음 한대를 도입하는 정도다. 한 핵심 장비업체 대표는 “삼성·LG로선 확실한 양산 신뢰성을 최우선시하고 수직계열화 관행이 여전하다”면서 “현재로선 국산 장비는 외산 장비 가격협상을 위한 수단 정도로 여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서한기자 h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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