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과징금 `260억원`

　 세계 최대의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업체인 인텔이 경쟁사 제품을 못쓰도록 국내 PC 제조업체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26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백용호)는 4일 전원회의를 개최, 인텔코퍼레이션, 인텔 세미콘덕터리미티드 및 인텔코리아(이하 인텔) 등의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26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인텔이 삼성전자, 삼보컴퓨터 등 국내 PC 제조회사에 경쟁사업자인 AMD의 중앙처리장치(CPU)를 구매하지 않는 조건으로 각종 리베이트를 총3750만달러를 제공함으로써 관련 시장에서 경쟁사업자를 배제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인텔사는 20002년 5월에 삼성전자에게 AMD CPU 구매를 중단하는 조건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하기로 합의했으며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2002년 4분기부터 AMD CPU 구매를 중단하고 이후 2005년 2분기까지 인텔사 CPU만 구매하는 조건으로 각종 리베이트를 수령했다.

공정위는 2002년 5월 합의에 따라 2002년 3분기까지 삼성전자는 AMD CPU 구매를 완전히 중단하고 이후 분기별 평균 260만달러(총3000만달러)의 리베이트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실제로 2002년 4분기 이후, 2005년 6월까지의 기간 중에는 삼성전자의 AMD 사용실적 자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인텔은 또 2003년 3분기부터 2004년 2분기까지 국내 PC 2위 회사였던 삼보컴퓨터에게도 홈쇼핑 채널에서 AMD CPU를 인텔사 CPU로 전환하는 조건으로 리베이트(약 260만달러)를 제공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2003년부터 홈쇼핑 채널에서 AMD CPU 탑재 PC가 호조를 보이자 동 채널에서 영향력이 큰 삼보컴퓨터를 대상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2004년 4분기부터 2005년 2분기까지는 삼보컴퓨터에게 국내 판매 PC에 대해 자사제품 구매비율(MSS) 70% 유지를 조건으로 리베이트(약 380만 달러)를 제공했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이병주 공정위 상임위원은 “독점사업자나 다름없는 인텔사가 강력한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유일한 경쟁사업자인 AMD의 한국 시장 진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한 것”이라며 “이러한 행위로 국내 소비자는 PC를 비싼 가격에 구매하는 결과를 초래했으며 제품선택의 기회도 크게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이번 시정조치로 공정위는 국내 CPU 시장에서의 경쟁이 촉진됨으로써 PC용 CPU 가격이 보다 빠른 속도로 인하되고, CPU 관련 신제품 개발 경쟁을 통한 관련 기술혁신도 보다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인텔코리아 측은 공정위 결정에 대해 “이번 결정은 소비자와 고객사들을 위해 합리적으로 공급한다는 가격 경쟁을 장려하지 못하고 오히려 사기를 떨어뜨리는 결정”이라며 “당사의 제품 가격이 비용과 수익성에 근거해 책정된다는 사실을 무시한 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과도한 경쟁으로 몰고갔다는 AMD의 입장만 받아들인 것”이라고 반박했다.

권상희기자 sh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