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휴대폰 생산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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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면 1=노키아는 올 1월 독일의 보훔 공장을 폐쇄하고 루마니아로 생산기지를 이전한다고 밝혔다. 노키아 측은 보훔 공장의 비용 경쟁력이 낮다는 이유를 들어 불매운동 압박에도 불구하고 폐쇄 결정을 번복하지 않았다.

 #장면 2=이달 초 삼성전자 구미 공장에서는 부품 임가공업체들이 물량 보장 등을 주장하며 납품을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삼성전자는 생산 차질과 대량 실업 우려에 따른 여론의 압박에 이 업체들을 ‘어르고 달래’ 납품을 재개하도록 했다.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노키아와 삼성전자의 최근 사례는 두 업체의 경쟁력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짐작할 수 있는 사안이다. 노키아가 저가 생산이 가능한 해외 공장과 아웃소싱을 확대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는 반면에 삼성전자는 생산량 조절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며 ‘속앓이’를 하고 있는 형국이라는 지적이다.

 ◇가격 경쟁력 향상 지상과제로=신흥 국가를 중심으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휴대폰 시장에서 원가 절감을 위한 생산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특히 최근 몇 년간 기술이 평준화되면서 가장 큰 차별화 요소로 가격이 부상했다. 동남아·중남미·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이 성장 엔진으로 등장한 것도 한 원인이다. 또 노키아를 비롯한 삼성전자·모토로라·LG전자·소니에릭슨의 ‘빅5’ 업체가 전체 시장의 80%를 독점해 얼마나 효율적으로 ‘규모의 경제’를 구축해 가격을 낮출 수 있는지도 더욱 중요해졌다.

 삼성전자는 작년부터 하이엔드 제품에 주력하던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 신흥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섰다. 물량 기준으로 모토로라를 제치고 2위 자리를 굳건히 한 것도 이 같은 전략이 성공한 덕분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노키아의 아성을 무너뜨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내심 해외 생산 물량을 더 늘리고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싶지만 실타래가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납품을 거부했던 구미 협력업체들이 ‘물량 보장’ 등의 조건을 협상안으로 내놓은 것도 여론을 앞세워 삼성전자를 압박하기 위한 카드라는 지적이다.

 ◇협력업체도 글로벌 경쟁 나서야=노키아는 자국 핀란드를 제외한 전 세계 9개의 생산기지에서 전체 물량의 80%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반면에 삼성전자는 구미공장에서 전체 물량의 40%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문제는 구미 공장의 비용 생산성이 해외 공장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것. 임금이 동남아 지역에 비해 최대 10배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물론 하이엔드 제품 생산이 주력이어서 인력의 숙련도와 국내 생산 기반의 유지가 필요하지만 생산량을 해외로 이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상황을 놓고 볼 때 노키아가 가격 경쟁력이 맞지 않는 생산공장을 과감히 정리한다는 단호한 의지가 더욱 비교되는 이유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해외 시장에서 무한 경쟁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로 생산 구조조정이 뒷걸음질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장병조 삼성전자 부사장은 “이제는 국내 협력업체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시점”이라며 “글로벌 휴대폰 부품업체와 견줘 이길 수 있는 가격 경쟁력을 갖춰 삼성전자와 윈윈 관계를 재정립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양종석기자 js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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