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품질관리 확산 좌담회]전담조직·예산 확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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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터 품질 관리를 잘못함으로써 오는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데이터의 오류로 인해 과세를 할 수 없고 마케팅 손실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등 우리나라에서도 피해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 데이터 거버넌스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 전자신문과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센터는 기업·공공기관·금융권의 데이터 품질관리 현황을 짚어보고 데이터 품질관리 확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데이터 품질관리 확산을 위한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좌담회는 지난해 데이터 품질관리 대상 수상 기업과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데이터 품질관리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한편 데이터 품질관리 확산을 위한 역할과 과제를 제시했다.

<참석자>

박주석 경희대학교 교수

우정민 KTF 상무

이창한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센터 실장

이해석 교보정보통신 전무

주정용 데이터품질관리포럼 회장

한광호 한국수출보험공사 팀장

(가나다순)

사회:박승정 전자신문 정보미디어부장

◇사회(박승정 전자신문 정보미디어부장) = 그동안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센터를 비롯해 언론, 각계 전문가들이 데이터 품질관리 인식 확산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여전히 이해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데이터 품질관리의 중요성과 개념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박주석(경희대학교 교수) = 이제는 ‘비즈니스=IT’인 세상이 됐다. 모든 프로세스가 IT로 진행된다. 데이터는 IT의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데이터 품질 관리를 하는 것은 결국 비즈니스의 프로세스를 관리하는 것이다.

◇주정용(데이터품질관리포럼 회장) = 비즈니스에서 사용하는 데이터가 잘못돼도 보통 이를 덮으려고 해서 수면에 나타나지 않은 때가 많아 피해 규모를 집계하기 힘들다. 그러나 데이터가 잘못되면 복구하기 위해 투입되는 시간과 인력 비용 등을 모두 피해 비용으로 산정해야 하기 때문에 오류에 따르는 비용은 어마어마하다.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이해석(교보정보통신 전무) = 주소정보만 틀려도 고스란히 회사에 부담이 된다. 보험회사는 데이터가 정확하지 않으면 보험금이 잘못 지급되는 일까지 발생한다. 금융권은 고객 데이터에 대한 관리 소홀이 치명적인 결과를 나을 수 있다. 한 시장 조사기관의 조사를 보면, 글로벌 1000대 기업은 ERP나 CRM 등으로 기업 생산성을 향상하려고 하지만 오히려 이를 통해 얻는 이득보다 여기에 사용하는 데이터 품질관리를 못해서 잃는 손실이 더 크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사회 = 국내 산업 전반적인 데이터 품질관리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또, 해외나 각 기업들의 품질관리 현황과 실제로 데이터 품질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도 논의해 보도록 하자.

◇이창한(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센터 실장) = 최근 공공·의료·금융 등 5개 부문을 나눠 200개 기업을 대상으로 국내 데이터 품질관리 성숙수준을 조사했는데, 전체 5단계 중 0.8레벨이 나왔다. 1단계가 도입단계인데 도입단계에도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200개 표본 기업은 그나마 데이터 관리에 관심이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국내 데이터 품질관리 현주소가 어떤지 짐작할 수 있다. 산업간 격차도 크다.

◇박주석 = 미국은 연방정부가 80년대부터 여러 가지 문서 데이터의 신뢰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를 만들어 적용해 왔다. 미국뿐 아니라 인터넷의 발전과 정보 공개 요구 때문에 정부는 데이터에 더욱 관심을 갖고 관리하는 제도를 만들고 있다.

◇이해석 = 교보생명은 데이터 품질관리를 위해 두 가지 원칙을 세웠다. 하나는 데이터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 또 하나는 데이터의 주인을 찾아 주는 것이다. 교보는 2006년 데이터 거버넌스 제도를 도입하면서 데이터 관리 권한을 현업부서로 넘기고 속성별로 정리했다. IT 부서는 데이터를 관리할 뿐이지 데이터 품질을 관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업에서도 데이터를 쉽게 관리할 수 있도록 EDW툴을 도입했으며, 월 1회 모여 공유하면서 오류 데이터를 정비하도록 했다.

◇우정민(KTF 상무) = 수천만건의 고객 데이터를 다루는 통신기업은 CRM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서도 데이터의 정확성이 필수적이다. 통신 회사의 데이터 80%는 통화기록이고, 나머지는 빌링을 위한 필수 데이터다. 이런 것은 오류가 나면 안 되기 때문에 굉장히 관리가 잘 된다. 문제는 마케팅을 위한 고객 성향 데이터다. KTF는 2년 전부터 시스템별로 데이터 관리를 분산했다. 데이터 전담 관리자를 두고 메타 관리 시스템을 마련해 데이터 오류 클렌징 작업을 하고 총괄하도록 했다. 2년 정도 하니까 통합적인 관리를 하고 품질에 더 신경을 쓰게 됐다.

◇한광호(한국수출보험공사 팀장) : 공공기관의 데이터 투명성과 정확성 요구는 계속 커진다. 공공부문의 잘못된 데이터 문제는 국민의 생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민간 못지않게 품질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수출보험공사는 품질과 관련해서 비즈니스 규칙을 만들어서 정확성을 체크한다. 지속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업무룰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업무 규칙을 정의하고 모니터링하는 작업을 먼저 시작했다.

◇사회=데이터 품질관리 활성화를 위해서는 현안의 진단과 처방도 중요하다. 기업이 데이터 품질관리를 도입하고자 할 때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은 무엇인지 짚어보자.

◇우정민 = 품질관리라는 개념자체가 직원이나 경영자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오히려 정보보호라고 하면 피부에 와닿는다. 데이터 품질관리 부문은 간접적이고 장기적이기 때문이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고 생각하고 미루는 경향도 있다. 비즈니스 부서에서도 단편적인 데이터로 마케팅을 하는 수준이다. 데이터와 데이터 간 관계까지 고려해서 마케팅 하는 수준이 된다면 품질관리에도 상당한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주정용 =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제로 데이터를 활용하는 사람이다. EDW가 현업이 요구하는 대로 맞춰주는 툴이 못 되기 때문에 현업에서 쓰다가 포기하는 일도 있다. 또, 부서가 다양해지고 데이터를 쓰는 사람이 많아지니까 고치는 게 많아진다. 연관관계를 잘 정의하는 게 관건이다. 은행이나 전문기업이나 전문가를 키워야 한다. 전문가가 아니면 품질관리 요구를 하기조차 힘들다.

◇이해석 =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실제 오류 데이터로 인한 피해 사례가 국가적으로 공유가 돼야 한다. 기업도 오류로 인한 사례는 밑으로 숨겨버린다. 회사 내에서도 경영층에게는 숨긴다. 그래서 경영층이 중요성을 인식하기 어렵다. 데이터 오류를 누구 한 사람의 문제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이 문제다. 데이터 품질 문제는 벌로 다스릴 것이 아니고 전체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는 데이터 권한에 관한 것이다. 현업으로 권한을 넘겨야 하는데, 오류 책임까지 져야 하는 것 아닌지 하는 두려움 때문에 제동이 걸린다.

◇한광호 팀장 = 데이터 품질관리는 어떻게,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막막한데다 전사적인 관심을 받기 힘들다. 데이터 아키텍처 모델을 공부해야 하고 메타데이터 시스템을 만드는 등 예산과 인력도 많이 든다. 우선은 단계별로 진행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일단은 그것을 위해서는 전담조직과 인원을 마련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적은 인원이라도 전담조직이 관리하면 좀 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박주석 = CEO나 CIO의 인식 부족이 가장 큰 문제다. 오류가 생기면 덮으려고 하지 말고 개선하려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또, 성과 측면으로만 데이터 품질관리를 바라 보면 안 된다. CEO는 단기적인 성과는 없지만 장기적으로 중요하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사회 = 데이터 품질관리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면 감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과 활성화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주정용 = 현업에서 데이터를 관리하려 툴을 준비해야 하고, 이를 위한 예산을 확보해 줘야 한다. 가시적 성과를 보이지 않으니까 주저하게 되는데, 오류 자체를 수치화해볼 필요가 있다.

◇박주석 = 데이터 품질은 당뇨병과 같다. 처음에는 증상도 나타나지 않지만 조금씩 안 좋아지는 병이다. 당뇨병은 모든 병의 근원이 되고 나중에는 심각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보다 신경을 안 쓴다. 정말 무서운 병이라는 전체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또, 품질관리 비용효과 분석을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

한 은행과 프로젝트를 하면서 좋은 사례를 발견했다. 은행은 BIS 기준으로 자금을 갖고 있어야 하고, 데이터 품질이 나쁠 때는 담보가 정확하지 않으니까 BIS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불필요하게 많은 자금을 갖고 있어야 했다. 데이터 품질이 좋아지면서 자금 운용까지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이해석 = 비용 측면도 있지만 사실 경영자는 얼마 투자하면 얼마 벌어야 한다고 하니까 품질관리 접근이 안 되는 것이다. 비슷한 문제일 수 있는 보안에는 CEO들이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처럼 품질을 경영 리스크로 인식을 했으면 좋겠다.

◇이창한 = 데이터 품질관리 활성화를 위해 데이터 품질관리 대상이나 데이터 품질관리 인증과 같은 제도도 도입되고 있다. 최근 조사에서 200개 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소개하면 제도적인 측면에서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답변이 82%였고, 57%가 인증제도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우정민 = 얼마 전 CMMI를 받은 적이 있다. 인증을 받는 게 목적이 아니라 프로세스를 정착시키기 위해 인증을 받는 것이다. 베스트 프랙티스 모델이 정비만 된다면 인증은 따라간다.

◇한광호 = 데이터 품질관리 대상을 수상하고 달라진 점은 내부 적으로 품질 인식 중요성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사례 발표시에도 많은 기업이 와서 들었다.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대상 제도가 품질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다.

◇사회 = 이제 모든 조직은 IT를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영위해 나가고 있다. 특히 기업의 품질경영이 지속 성장의 기반이 되듯이 데이터 품질 관리 도입도 그에 못지않게 필요한 시점이다. 데이터 품질관리가 기업의 지속성장, 나아가 국가 경쟁력 발전과도 직결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토론에 참여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정리 = 문보경기자 ok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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