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국가 겨냥 사이버 해킹, 도를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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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기승을 부렸던 해킹이 도를 넘어 이제는 특정 국가를 겨냥한 사이버 테러로 번지고 있다.

 갈등 관계에 놓인 상대 국가의 공공 웹사이트를 공격해 네트워크를 교란시키는가 하면 정부가 구축한 개인정보 DB를 훔쳐내는 일도 예사다. 해커들의 신원은 물론 베일에 가려 있지만 사이버 공격의 진원지로 밝혀진 국가의 정부가 적극적으로 가담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외교 분쟁으로 비화하기도 한다.

 러시아·중국 등이 군 내부에 해커 정예요원으로 구성된 사이버 공격부대를 양성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최근에는 미국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이 공개적으로 사이버 군 창설을 선언했다. 이른바 사이버 냉전시대의 도래다. 지난해 4월 러시아 해커로 추정되는 사이버 테러집단의 에스토니아 정부 사이트 공격 이후 독일·미국 등 국가 간 해킹이 점점 조직화·대형화되는 추세다. 최근에는 해킹이 국내정치에 불만을 품은 반정부단체의 시위도구로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12일(현지시각) 짐바브웨의 국영 일간지 헤럴드는 자사 웹사이트(www.herald.co.za)에 정체불명의 해커가 공격을 감행, 3일간 서비스가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r4b00f’라는 ID로 침입한 해커는 또 다른 국영일간지 선데이의 주소를 경유해 헤럴드 사이트에 침입한 후 뉴스 머리기사 제목을 ‘Gukurahundi’(짐바브웨어로 대량 학살이라는 뜻)로 바꿔놓았다. 헤럴드는 독재정치와 양민학살 혐의로 퇴진 위기에 놓인 무가베 대통령과 현 집권여당 짐바브웨아프리카민족연맹-애국전선(ZANU-PF)의 대변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칠레에서는 지난 10일 밤에서 11일 새벽(현지시각)까지 교육부와 국영 통신회사, 선거관리위원회 등 주요 정부 사이트에 해커가 침입해 국민들의 개인정보를 대량으로 유출시킨 사건이 발생했다. 유출된 정보의 피해자는 무려 600만명에 이른다. 이름·집주소·이메일 주소·전화번호·학력 및 경력 등 구체적인 개인 신원을 모두 포함하고 있어 범죄자가 인터넷 가상공간에서 버젓이 타인의 행세를 할 수도 있는 정도다.

 현지 언론 엘 메르쿠리오 데일리는 이 600만명의 개인정보가 칠레의 대표적인 인터넷호스팅업체 서버로 옮겨진 후 경찰 사이버범죄수사대가 조치를 취하기까지 몇 시간가량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와 IT정보사이트 등 2곳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었다고 전했다. 익명의 해커는 이번 사건을 자행한 동기에 대해 “칠레정부의 개인정보 보호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서”라고 웹사이트에서 주장했다.

 조윤아기자 fo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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