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쟁이가 아니라도 100% 예견할 수 있는 일이 터진 것입니다. 인프라를 만들어 놓기만 하고 비용절감만을 내세워 관리를 하지 않았던 탓이지요.”
미국 유학 3년, 다시 돌아온 한국의 관리능력은 제자리 걸음이었다. 보안에 한정되지 않은 ‘더 큰 공헌’을 생각하고 서둘러 귀국한 안철수연구소이사회 안철수 의장에게 최악의 해킹 대란을 해결할 대안이 무엇 이냐고 물었다.
그의 답은 다르지 않았다. 보안 예산 1%도 채 안되는 우리나라가 겪을 수밖에 없는 사고라는 것. 안 의장은 지난 30일 저녁 귀국과 동시에 전자신문에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던졌다.
“이 사고가 있기 전 우리는 이미 여러 사고를 통해 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성수대교 사건을 보세요. 다리를 만들기만 하고 관리를 하지 않으면 비용절감했다 좋아하지만 결국 더 큰 손해로 돌아오는 것이지요.”
그의 말은 이어졌다. “보안도 관리입니다. 관리를 위해 선진국 수준의 투자를 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통계와 확률이 말하는 위험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안 의장이 한국에서 최고교육책임자(CLO)로, KAIST 석좌교수로 활동하는 동안에도 발생할 수밖에 없는 문제라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시험과 프로젝트를 끝내기 무섭게 서둘러 돌아왔다. 10일 후에는 다시 졸업식을 위해 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졸업식까지 마치고 돌아올 수 있었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우선 현대사회를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하는 데 공헌하고 싶습니다. 기술 같은 한 분야 전문지식만 강조하다보니 상식과 포용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현대사회는 한 사람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닌 만큼 여러 전문가와 의사소통할 수 있는 인재를 키워내고 싶습니다. 여러 관점을 가진 전문가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다면 관리 수준도 한 단계 높아질 것입니다.”
안 의장은 한국에서 포용할 수 있는 전문가, 소통할 수 있는 전문가를 길러내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먼저 올해에는 KAIST에서 학부생들에게 ‘비즈니스 이코노미’라는 수업을 통해 ‘기업가 정신’을 가르친다.
KAIST의 내부 시스템과 한국의 벤처 현황을 파악한 후에는 중소기업·벤처기업인을 위한 교육 커리큘럼도 개발할 예정이다. 국내 벤처산업의 발전을 위해 공헌하겠다고 마음먹은 그는 하루라도 빨리 자신이 배운 지식과 교훈을 풀어놓고 싶어했다.
안 의장은 “공부를 하니까 부족한 점이 더 보인다”며 “한국에서도 기술경영과 기업가 정신에 대해 계속 공부하면서 교육하고 교류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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