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장품] 구희진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상무)

 요즘 어린 아이들에게는 게임기, 컴퓨터 등 놀이와 지식을 겸한 다양한 정보기기가 있지만 우리들 40대의 어린 시절에는 동화책과 장난감 등이 유일한 놀이수단이었다.

 골목대장 생활로 마냥 즐거웠던 유소년 시절을 지나,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단순 놀이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경쟁도 하고 취미생활도 할 수 있는 물품 수집에 관심이 커졌다.

 70년대 당시 취미로 수집할 수 있는 물품은 성냥갑이나 우표였다. 성냥갑은 초등학생이었던 나에게는 수집 물품으로 부적합했고, 우표수집이 유일한 취미가 됐다.

 당시 친구들과 함께 소장 우표를 자랑하며 구경하기도 했고, 새로운 우표가 발매되는 날에는 신촌우체국 앞에 초등학생이 장사진을 이루기도 했던 기억이 새롭다.

 또 부모님이 출장을 다녀오시며 사주신 외국우표를 자랑하고 싶어 친구집에 가다 자전거 사고를 냈던 추억 등도 떠오른다. 당시 우표수집이 더 즐거울 수 있었던 것은 소장가치가 크게 상승할 것이라는 뿌듯함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디자인이 잘못됐거나 희귀한 우표를 소장하면 미래가치가 더욱 커진다는 투자심리도 우표수집 취미를 즐겁게 했다. 다양한 금융상품의 분석업무를 수행하는 현재의 직업과 관련해서 보면 우표수집이 실패한 투자로 평가될 수 있지만, 나에게는 그 물질적 가치를 떠나 친구들과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주는 매개체였다. 또 처음으로 부모님에게 교육받은 것이 아니고, 내 스스로 좋아하는 어떤 일을 열심히 해본 소중한 경험으로 생각된다.

 당시에 모은 우표책을 넘기다 보면, 한 장 한 장 수집했던 과정과 유년시절의 추억이 떠오르며 미소짓게 된다. 우표책은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는 매우 중요한 소장품이고, 추억이 담겨져 있는 보물로 생각된다.

 koo@daish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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