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안전불감증

 지난 2월 남대문과 정부종합청사에서 연이어 발생한 화재 사고는 국민 모두에게 안전을 향한 강한 인식을 심어줬다. 화재는 부주의건 원인불명이건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사고다. 조그마한 불씨하나로 순식간에 퍼져나가는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냉장고·에어컨·전자레인지 등 가전제품 속에 모터프로텍터라는 부품이 들어간다. 이름 그대로 모터에 과도한 전류가 흘렀을 때 전기와 열을 차단하면서 보호하는 구실을 한다. 제품이 타버리거나 화재로 연결될 가능성을 예방하는 중요한 부품인 것이다.

 국내 대다수 가전업체가 쓰고 있는 한 회사의 모터프로텍터는 절연거리 문제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를 대신할 안전한 제품을 만들거나 찾아 쓸 수는 없을까. 문제는 제조원가다. 절연거리가 길어지면 부품 가격이 비싸진다. 따라서 세트사에는 성능이 좋더라도 값이 비싸면 외면하게 되고, 이를 만드는 부품사는 값싸게 만들어 팔아야 장사를 할 수 있다.

 모터프로텍터는 모터 안에 들어가 겉으론 보이지 않는다. 값도 불과 몇 백원 수준이다. 하지만 이 부품에 문제가 생겨 화재가 일어난다면, 몇 백원 아끼려다 참사를 막지 못하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다.

 취재 과정에서 가전업체들은 “위험하면 우리가 쓰겠어요?” 내지 “기업 비밀이라 말할 수 없는 사안이다”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이들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업부 관계자들이 있었고, 실제로 대체품을 이미 쓰거나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했다.

 위험하다는 것을 알기만 해선 안 된다.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되고 있는지부터 확인해보자. 또 해결 방법도 찾아보자. ‘괜찮겠지’ 하는 안전불감증 속에 집에서 쓰는 가전제품에 화재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업체들은 명심해야 한다.

 설성인기자<신성장산업부> sise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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