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포트]실리콘밸리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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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께 하룻밤 자고 나면 새로운 벤처 영웅이 탄생했던 인터넷 붐은 지나갔다. 하지만 여전히 실리콘밸리에는 벤처 대박을 목표로 잠 자는 시간까지 아껴 가며 개발에 몰두하는 사람들이 있다. 몇 년 힘든 세월을 이겨내고 성공하면 강남에 집 한 채를 장만하거나 30대에 은퇴해 평생을 편히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기도 한다.

실리콘밸리의 한 회사에서는 모든 직원이 보는 게시판에 경영진이 멋진 섬 사진 한 장을 걸어둔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나스닥 상장만 하면 직원 모두 조그만 섬 하나 살 수 있을 정도로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과연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실리콘밸리의 성공 사례는 많지만 대표적인 예로 휴렛패커드와 인텔을 들 수 있다. 휴렛패커드는 스탠퍼드대 동창생인 윌리엄 휴렛과 데이빗 패커드에 의해 실리콘밸리의 한 차고에서 1947년 세워진 회사로 그야말로 벤처 신화의 원조 중 원조다.

실리콘밸리라는 말이 생기기 30여년 전에 성공한 회사고 독일의 지멘스, 한국의 삼성전자와 함께 세계 3대 전자회사의 하나로 매출액은 100조원에 달한다.

이 정도 성공이면 본인들은 물론이고 몇 대에 걸쳐 호사스러운 생활을 누릴 것으로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런데 미국에서 매년 발표되는 포브스의 부자 리스트에는 그들의 가족이 없다. 도대체 그 많은 재산은 어디로 간 것일까.

해답은 휴렛 재단과 패커드 재단을 비롯한 그들의 기부에 있다. 실리콘밸리 남쪽의 몬터리에 세워진 수족관은 한 해 200만명이 방문하는 실리콘밸리 최고의 휴식처가 됐고 스탠퍼드대에 세운 어린이 병원은 수많은 어린이 환자의 희망이 됐다.

또 그들이 번 돈으로 설립된 두 재단은 기부 문화가 뿌리를 내린 미국에서도 손에 꼽히는 거대한 기부 재단으로 교육, 문화,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또 다른 대표적인 성공 신화인 인텔은 1968년에 앤드 그로브와 무어의 법칙으로 유명한 고든 무어 등에 의해 세워진 회사로 실리콘밸리라는 이름이 생기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회사다. 현재 세계 반도체 산업에서 최대, 최고의 회사로서 2위인 삼성전자와도 격차가 꽤 벌어져 있다.

실리콘밸리의 또 다른 많은 회사가 인텔 출신들에 의해서 세워져 그 중요성은 세계 1위 반도체 회사 이상으로 지대하다.

미국의 잡지 비즈니스위크는 고든 무어를 최고의 기부자로 꼽았는데 2001년과 2005년 사이만 봐도 기부액이 7조원에 달한다. 하루 평균 40억원씩 기부를 한 셈이다.

일례로 그가 2001년에 그의 모교인 캘리포니아 공과 대학에 기부한 돈은 6000억원으로 전교생이 불과 2000명인 것을 고려할 때 학생 일인당 3억원씩을 기부받은 셈이다.

이 밖에도 이베이의 피에르 오미디어, 맥 휘트만, 넷스케이프의 짐 클라크, 피플 소프트의 데이비드 더필드 등이 미국의 기부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그 수도 많지만 그 범위와 규모는 생색 내기 기부와는 거리가 멀다. 이 같은 실리콘밸리의 성공 신화와 기부 문화야말로 실리콘밸리를 항상 재창조하는 원동력이다.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사립 명문인 스탠퍼드대는 얼마 전 부모 수입이 십만달러 미만의 학생들에게는 등록금뿐 아니라 생활비도 받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일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실리콘밸리의 성공 신화와 기부 문화다.

휴렛 재단 한곳에서만 스탠퍼드대에 기부한 액수가 4000억원에 달하고 기부금이 모인 스탠퍼드대의 발전 기금은 20조원이 넘는다.

실리콘밸리 일개 사립대학 발전기금이 한국 교육부 예산과 비슷하다는 사실은 실리콘밸리의 경쟁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성공은 번 돈의 액수로 따질 수 없다. 성공을 위해 달려가는 우리 벤처인에게 실리콘밸리의 예가 좋은 모범이 되기 바란다.

 새너제이(미국) = 오관석 자이링스 엔지니어 실리콘밸리 K그룹kwan.o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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