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대충`은 사회적 재앙 부른다
2002년=BMW, 연료 인젝션 펌프 리콜.
2002년=대우자동차, 누비라II와 레조 앞 바퀴 브레이크 호스에 달린 고정장치가 진동으로 인해 호스에 균열 발생.
2004년=한국은행, 운용 프로그램 내 소프트웨어(SW) 충돌로 5시간 업무 장애.
2004년=국내 이동통신회사들, 통신사 간 번호이동 전산사고.
국내외에서 발생한 이 다양한 사고의 원인은 모두 하나. SW 결함이다. SW의 결함은 SW 오작동으로 끝나지 않는다. 임베디드 SW는 자동차·휴대폰·선박·비행기 등 그 SW가 내장된 시스템 작동 전체를 마비시키는 결과를 낳고, 업무용 SW라면 기업의 전산 시스템 장애를 일으킨다. 미국은 SW 결함으로 연간 무려 595억달러에 이르는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SW 결함으로 인한 대형 사고는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교통카드 인식기 오작동으로 인한 교통 대란, 갑작스러운 은행의 창구업무 중단 등 보이지 않는 SW라고 ‘대충대충’ 만들었다가는 이 같은 사회적 재앙이라는 보복을 당하기 일쑤다. 품질보다는 개발이 우선이었던 국내 산업의 분위기도 이러한 사고를 겪으면서 SW의 품질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품질, 우리의 수준은?=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에 따르면, 미국 SW 인력 중 37.5%가 품질 또는 테스트를 담당하고 있다. 자체 품질 전담 조직뿐만 아니라, SW 품질 시험을 전문적으로 하는 베리테스트나 NSTL 등과 같은 세계적인 기관도 상당수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대다수 중소 SW 기업은 품질 인식 부족과 영세성으로 인해 품질관리 조직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211개 업체 중 7.6%인 16개 업체만이 품질 보증 조직을 갖추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그나마 이중 13개 업체는 인력 규모가 100명이 넘는 중견업체인 것으로 나타났다.
체계적으로 SW 품질을 관리하는 인력과 조직이 부족해 국내 SW 품질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매우 떨어져 있다는 것은 굿소프트웨어(GS) 인증 시험 과정에서 나온 자료 분석을 통해서도 쉽게 알 수 있다.
GS인증을 담당하고 있는 TTA SW시험인증센터에 따르면 출시 전 제품은 평균 시험차수 약 6회, 평균 126개 이상의 결함이 나타났으며, 이미 시장에 출시된 제품에서도 평균 시험차수 약 4회, 평균 110개 이상의 결함이 발견되고 있다고 밝혔다. 2007년 12월 기준으로 GS인증시험의 인증 획득률도 41.6%밖에 되지 않아 국내 SW 수준이 매우 낮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프로젝트 비용 중 50%를 품질관리와 테스팅 비용으로 책정하는 사례가 이어지는가 하면 품질 전문가을 영입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어 품질 수준이 꾸준히 향상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정부, 프로세스까지 인증한다=GS 인증제도를 활성화해 SW 품질 강화를 지원했던 정부가 SW 개발 프로세스까지 인증함으로써 기업들의 품질 체질을 혁신하겠다고 나섰다.
이를 위해 마련한 K모델은 SW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또는 해당 제품에 걸맞은 기능을 포함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GS인증과는 다른 인증으로, K모델 인증을 통해 개발생산성을 높이고 유지보수나 성능향상에 필요한 관리능력을 향상할 수 있다.
그동안 국내 기업도 개발생산성을 향상하고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카네기멜론에서 개발한 ‘SW 프로세스 능력성숙도통합지수(CMMI:Capability Maturity Model Integration)’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하지만 CMMI는 1억원 이상의 비용이 드는데다 컨설팅까지 포함하고 있어 인증을 받는 기간도 1년 가까이 걸려 부담이 됐다.
또 정부는 품질 전문인력을 2006년 1000명 수준에서 오는 2010년까지 7000명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를 위해 △SW 시험 관련 교과목 개설 지원 △TTA SW시험 전문기술 교육을 초·중·고급 과정으로 확대개편과 실습 중심의 교육실시 △개별 업체 품질 인력 양성을 위해 현장 방문을 통한 시험기술 교육 및 세미나를 개최할 계획이다.
◇업체 스스로 노력이 가장 중요=최근 국내 기업들에 일본은 중요한 시장이다. 내부통제시스템 구축 등의 수십조원의 사업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눈독을 들이고 국내 기업들이 대거 진출을 시도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성과가 나온 사례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일본의 품질 완벽주의 때문이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겪은 기업들은 품질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며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한 건축 관련 솔루션 기업은 일본 시장에서 품질 때문에 톡톡히 망신을 당한 후 품질에 대한 투자를 대대적으로 진행했다. 1년 반 만에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이 기업의 CEO는 그 때의 경험이 오히려 더 큰 성장의 기회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품질을 강화하기 위해 품질 향상 모임을 발족하기로 하기도 했다. 각 기업들이 경험을 통해 쌓았던 노하우를 공유하는 동시에 보다 효율적인 품질 관리 방안을 함께 모색하기 위해서다.
기업들이 관심을 갖자 전문적인 품질관리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SW 테스트도 당당히 산업의 한 축으로 성장하고 있다. 아직 정확한 시장 집계는 나오지 않았으나 그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어, IDC는 2007년도에 올해까지 국내 SW 시장 규모의 10%를, 2009년 이후에는 20%를 차지할 것으로 점쳤다.
최인용 유니온정보시스템 사장은 “품질을 한 단계 더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노력해야 한다”며 “이 때문에 SW기업 사이에서는 품질 강화가 가장 큰 화두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 인터뷰-신석규 TTA SW시험센터장
국내 SW 개발 업체들의 품질개선 활동은 선진국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취약한 실정이다. 열악한 재정여건으로 인한 품질개선 투자 부족, 낙후된 품질 관리 기술과 시험 전문인력 확보의 어려움, 품질 인식 부족 등이 주된 이유다. 이러한 실정은 곧 제품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 부족으로 이어지며, 결국 국산 SW를 기피하고 상대적으로 외산 SW가 국내 내수시장을 잠식하게 하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취약한 품질의 굴레에서 벗어나 국내 SW 품질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첫째, 업계 스스로의 SW 품질향상 인식 전환과 노력이 필요하다. 품질향상을 위한 투자비용이 낭비가 아닌, 저품질로 인한 위험 및 경제적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는 해결책 임을 인식해야 한다.
실제로 미국은 초기 품질개선으로 결함비용을 연간 222억달러 정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SW 품질 투자 대비 효과는 350% 이상 되는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국내도 TTA에서 수행하고 있는 GS인증시험과 같은 품질 시험과정을 거치게 되면 SW품질이 33% 이상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가격경쟁을 통한 발주관행에서 벗어나 기술경쟁 위주의 제도 정착이 필요하다. 분리발주를 거쳐 SW 제품 선정 시 발주기관에서는 가격점수 비중을 줄이고 기술점수 비중을 높여 SW 개발 업체들이 기술위주의 경쟁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또 공공기관에서는 막연한 외산 제품 선호사상에 의한 외산 SW 제품 구매를 막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외산 SW 구매로 인한 불필요한 예산낭비를 줄여야 한다.
셋째, SW 품질 전문인력 양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대학 및 업체와의 연계를 통한 조기 SW 품질전문 인력 양성 및 업체 요구에 맞는 품질 전문 인력을 양성해 나가야 한다. SW 시험 전문기관의 노하우를 살려 교육과정을 세분화하고 다양한 SW 품질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함으로써 업계에서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실용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SW를 객관적으로 시험하기 위한 분야별 시험 기술과 평가 방법에 대한 표준화를 이뤄 국내 영세한 업체에서도 쉽게 시험기술을 익혀 SW 개발 초기 단계부터 자사 제품의 품질을 높이는 데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SW 선도기술의 표준 개발을 통해 핵심 SW 분야 선정 및 구체적인 기능 표준안, 시험규격 및 지침을 개발해 개발된 표준을 산업계에 보급·활용토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skshin@t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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