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비례대표로 당선됐다고 하니까요, 과학계와 벤처 업계에서 우리 처지를 대변해 달라는 의견을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또 ‘누구나 국회에 진출할 수 있구나’ 하며 신기해하기도 했어요.”
리젠이라는 바이오벤처 기업을 이끄는 CEO, 한국바이오벤처협회 부회장, 2007년 대선 캠프 출신이라는 경력 때문이었을까, ‘여장부’ 스타일이라고 상상했다. 그러나 의외로 조용조용한 음색, 잇따라 터뜨리는 웃음, 평범한 소재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나타내는 겸손함에 배은희 당선인(48·한나라당 비례대표)에 대한 선입견은 곧 사라졌다.
배 당선인은 지난해 이명박 캠프에서 활동했다. 그것이 정치입문 계기다. 그는 당시 한나라당 중앙 선거대책위원회 미래신산업 분야 위원장을 제안받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누구보다도 의견을 많이 듣는 사람입니다.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완벽에 가까운 데이터를 찾습니다. 그리고 일단 결정 후에는 흔들리지 않고 나아갑니다. 제가 CEO 경험을 해서 그러한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거든요.”
배 당선인 스스로도 중소기업 CEO 경험을 백분 활용해 현장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개발하고 입법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그가 기술력 하나 믿고 벤처를 창업했을 때 겪었던 좌절과 극복 경험을 제대로 정책에 반영시켜 보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보통 벤처 펀드 기간이 3∼5년이어서 장기 투자받기가 어렵습니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벤처가 살아납니다. 장기 투자를 제공할 수 있는 국내 금융 환경이 안 된다면 정부가 나서야 합니다.”
대선 중 미래신산업 위원장으로서 그는 신산업 분야 모태펀드 규모를 현재 1조원 수준에서 2012년 2조원으로 끌어올리자고 제안한 바 있다.
“미국에서 바이오 기업들이 15∼20년 연구할 수 있는 이유는 장기 투자자가 별도로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자본의 유출입이 자유로워서 그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이 이윤을 볼 수 있는 구조가 확립돼 있기 때문이죠.”
인수합병(M&A) 등 각종 기업 활동에 관한 규제를 완화시켜야 한다는 데도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이야기다.
배 당선인은 벌써 정책 입안자로서의 보람도 조금 맛보았다. 대선 중 만들었던 각종 과학기술 정책들이 실제로 이명박정부에서 신규 정책으로 오르내리고 있기 때문. 대표적인 것이 ‘고도 국방’이라는 단어다.
“자원이 없는 이스라엘이 국방력을 바탕으로 IT 강국이 된 사례를 들어 우리나라도 이제는 ‘고도 국방’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지요. 고도 국방이라는 용어 그 자체가 현 정부에서 그대로 쓰이고 있어요.”
배 당선인은 지식경제부와 관련한 상임위원회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일단 CEO로서 배은희의 자리는 내놓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류현정기자 dream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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