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빠진 `정보통신의 날`…개편 여파로 별도 행사

 “근본 취지가 ‘우편’에 가깝다.”

 “아니다. 우편도 통신 발전의 한 과정이다.”

 제53회 ‘정보통신의 날’이 방송통신위원회와 지식경제부(우정사업본부) 사이로 난 갈림길에 섰다. 하늘의 뜻을 알(知天命) 만한 연혁(53회)임에도 불구하고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방통위와 우정사업본부는 22일 정보통신의 날을 맞아 따로 기념식을 한다. 정부 조직 개편작업에 휩쓸려 훈·포장조차 준비하지 못한 채 근속 및 경영평가 표창도 각각 마련하는 등 한 가족이었던 방통위와 우본이 잔칫상을 따로 차렸다.

 방통위는 22일 최시중 위원장 주재로 서울 세종로 방통위 청사에서 장기근속자를 포함한 정보통신 관련 유공자 20명을 표창한다. 우본도 이날 정경원 본부장 주재로 서울 종로구 서린동 본부에서 8개 경영평가 우수기관 대표와 장기근속자 3명을 표창하고 격려할 예정이다. 두 기관 모두 정부 공식 포상이 아닌 내부 표창이다.

 현행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정보통신의 날은 방통위(옛 정보통신부)가 주관한다. 하지만 1884년(고종 21년) 4월 22일 ‘우정총국’을 만든 날을 기념한데다 1956년 ‘체신의 날’로부터 시작하는 등 정보통신의 날 뿌리는 우본에 가깝다. 우본이 정통부 산하에 있을 때에는 문제될 게 없었으나 지금은 지경부 산하여서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우본은 최근 이 같은 문제점을 들어 행정안전부에 ‘각종기념일에 관한 규정’의 개정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본 측은 △정보통신의 날이 애초 체신의 날이었고 △집배원의 날까지 통합해 기념해온 점 등을 들어 ‘우정의 날’ 등으로 이름을 바꾼 뒤 기념일 행사를 주관하기를 바라고 있다.

 방통위 측은 이에 대해 △우편이 통신으로 확대 발전했고 △미래지향적 변화에 부응하는 체계가 중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우본으로 주관이 넘어가면 ‘정보통신’이 아닌 새로운 이름을 지어야 할 개연성이 크다”며 “시간을 두고 정리해야 할 사항”이라는 것이다.

 한 집배원은 “30년 이상 근속했는데 정부 조직 개편에 따라 우본의 민영화가 예고되면서 퇴직 후 연금 등에서 불이익이 나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정부의 관심과 배려를 바랐다.

◆한국 우정사업 연혁

1882년 12월 개화운동 일환으로 통리교섭통상사무아문에 전신 및 우편사무 관장기구 설치

1884년 4월 22일 우정총국 설치

1884년 11월 18일 한성 우정총국과 인천 우정분국 업무 개시

1910∼1945년 일제 초기 식민지배 첨병으로 우정 활용. 말기에는 전쟁 지원 및 전비조달에 활용.

1945∼1961년 자주 우정 노력 전개.

1962년 4월 1일 한국·대만·필리핀·태국, 아시아·오세아니아 우편연합 발족

1970년 7월 1일 전국에 우편번호제도 실시

1984년∼ 전자우편 등 첨단 정보통신시대 개막·발전

이은용기자 e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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