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게임 팬들과 개발자들이 꼽는 최고의 게임은 바로 ‘포털(portal)’이다. 상업적 성공뿐만 아니라 평론가 사이에서도 단번에 고전으로 떠오른 이 게임은 하프라이프의 개발사인 밸브에서 개발한 1인칭 퍼즐게임이다. 주목할 대목은 이 게임이 미국 게임업계와 학계의 발전적인 협력 시스템이 낳은 이상적인 결과물이라는 사실이다.
◇1970년대 할리우드처럼=현재 미국 게임업계는 1970년대 후반 할리우드 영화 업계와 비슷하다. 당시 할리우드는 거대 자본과 할리우드식 제작 공식에 입각해 만들어진 이른바 블록버스터 영화가 대거 등장하기 시작했다.
할리우드는 늘어가는 제작 인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대학과 협력해 교육 후 바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바꿔 말하면 할리우드식 영화 제작 방식에 숙련된 영화 제작 스태프를 길러내기 시작했다. 협력의 결과 조지 루카스와 로버트 저메키스라는 스타 감독들이 탄생했다.
게임업계에도 개발 비용이 수백억원이 넘는 블록버스터 게임이 일반화되면서 숙련된 능력을 가진 신입 개발자의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인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유명 게임 회사들은 대학의 게임 관련 과정 설립을 지원하고 그 과정을 마친 인력들을 적극적으로 채용해 활용하고 있다.
◇대표 산학 협력 프로그램=디지펜공과대학과 남가주대학(USC)의 인터랙티브 미디어 학과, 카네기멜론대학(CMU)의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 센터(ETC) 등이 있다. 이들은 게임 개발 이론 수업과 함께 실제 게임 제작 프로젝트 수업을 제공한다.
프로젝트 수업에서 만든 게임은 세계 유명 게임 콘테스트를 독식할 정도의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졸업 후에는 많은 학생들이 닌텐도, 블리자드, 액티비전 등 유명 게임 회사에 입사하거나 직접 게임 회사를 창업해 바로 시장에 뛰어든다.
가장 먼저 설립된 디지펜공과대학은 워싱턴에 소재한 게임 전문 대학이다. 디지펜은 1990년대 후반 닌텐도의 지원하에 설립됐다. 캠퍼스 역시 닌텐도 본사 안에 위치한다. 앞서 언급한 포털은 디지펜이 가진 우수한 커리큘럼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포털의 원형은 디지펜 학생의 졸업작품인 ‘나바큘러 드롭’ 퍼즐 게임이다. 게임의 창의성에 관심을 가진 밸브사에서 학생들을 영입하고 자사의 게임 엔진을 접목해 재탄생 시킨 게임이 바로 포털이다. 한 대학의 졸업 작품이 세계 게임 시장을 뒤흔든 대작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USC 인터랙티브 미디어 학과는 유명한 USC 영화학교의 세부 전공이다. 2004년 스티븐 스필버그와 조지 루카스의 주도로 세계 최대 게임 회사 일렉트로닉아츠(EA)의 지원을 받아 설립됐다. 교수진에는 현직 EA 임원급 개발자들이 상당수 참여하고 많은 학생이 EA로부터 장학금을 받는다.
2007년 플레이스테이션3 최초의 다운로드 콘텐츠로 크게 인기를 끈 ‘플로’가 이 학과의 학생 졸업 작품이다. 대학 졸업작품에 불과한 이 게임이 상업적 성공을 거둔 이유는 업계에 속한 교수들의 노력 덕분이다.
소니 디렉터이자 교수였던 존 하이트가 해당 게임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소니와 학생들 사이에 게임 퍼블리싱 협상을 주선했다. 학생들은 소니에서 받은 투자금으로 자신들만의 회사를 세우기에 이른다. 이 회사는 작년 최고의 신생 회사 중 하나로 거론될 만큼 큰 상업적 성과를 올렸다.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 센터(ETC)는 공과대학으로 유명한 카네기멜론대학의 돈 마리넬리 드라마학과 교수와 ‘마지막 강의’로 유명한 랜디 포시 컴퓨터공학과 교수가 공동 설립자다. EA와 디즈니가 설립을 지원했다.
과정의 특징은 특정 기술을 배우기보다는 게임을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직접 만드는 데 중점을 둔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할애하며, 산업 현장에서 인턴을 하며 학기를 소화하기도 한다.
피츠버그에 있는 본교를 비롯해 샌프란시스코, 호주, 싱가포르, 일본 등 전 세계에 분교를 운영한다. 실무 위주 교육 과정 덕분에 대부분 학생들은 졸업 이전부터 유명 게임 업체에 채용된다. 학과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를 연장해 독립 게임 개발사를 창업하는 일도 많다. 대표적인 예가 ‘월드 오브 구(World of Goo)’를 만든 ‘2D 보이’다. 이들은 유명 게임 콘테스트에서 수많은 상을 휩쓸었고 닌텐도 위(Wii)용으로 출시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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