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더 이상 비밀은 없다.’ 스위스의 율리우스 바에르 은행도, 톰 크루즈가 신봉하는 사이언톨로지 종교도, 심지어 쿠바 관타나모의 미군 기지도 피해갈 수 없다.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폭로자(leaker)들에게 걸리면 감추고 싶던 비밀도 낱낱이 드러난다.
e세상이 폭로로 넘쳐나고 있다. LA타임스는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터넷의 특성을 살린 부정고발 사이트가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표주자는 위키리크스(Wikileaks.com)다. 지난해 문을 연 이 사이트는 집단지성을 활용한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를 모델로 만들어졌다.
위키리크스는 지난해 12월 쿠바 관타나모 미군 기지의 인권침해 실태를 조사하는 미 대법원 청문회를 앞두고 ‘도착 즉시 수감자의 옷을 잘라라’와 같은 수감자 처리지침 내부문건을 공개했다. 최근에는 티베트 유혈 사태의 생생한 현장사진과 동영상이 올라와 전세계에 알리는데 기여했다.
정부, 기업, 학계 등 어떤 분야도 상관없다. 고발할 대상이 있으면 글을 올리면 된다. ‘분석이 필요한 신규 폭로(Fresh leaks requiring analysis)’ 코너에 글을 올리면 수많은 사람들이 진위와 타당성을 평가한다. 사이트에 접속하면 ‘우리는 당신들의 익명성을 보장합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라이브리크(LiveLeak.com)는 위키리크스의 유튜브 버전이다. 사담 후세인의 처형 장면 동영상을 처음 공개해 충격을 던졌던 주인공이다. 최근에는 갑작스런 총격전에 휘말린 미 해병대의 생생한 모습과 차량 폭탄 테러 장면, 비행기 폭격 장면 등을 공개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라이브리크의 운영 원칙은 간단하다. 포르노와 명백한 범죄를 제외한 모든 동영상을 올릴 수 있다. 사이트 운영은 광고 수익으로 충당한다.
두 사이트 운영자는 모두 자신의 존재를 숨긴다. 위키리크스 운영자는 철저히 숨어 있으며 라이브리크 공동설립자 하이덴 휴이트는 처음에는 대중 앞에 등장했지만 이슬람에게 안 좋은 내용의 동영상이 올라온 후 협박에 못 이겨 잠적해 버렸다.
익명고발 사이트는 양날의 검과 같다. 기존 미디어가 건드리기 힘든 사회 곳곳의 부조리를 전세계 네티즌의 힘을 빌어 만천하에 드러내지만 한편으로는 확인되지 않은 무차별적 폭로에 선량한 피해자도 생길 수 있다.
사이트 운영자가 수많은 집단지성과 함께 고발 내용의 진실성과 공개 수준 등을 판단한다고는 하지만 그 기준을 100% 믿을 수는 없다. LA타임스는 “자신들은 뒤로 숨어 책임지지 않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더러운 비밀을 공개하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라는 의문을 던졌다.
정보공개와 무책임의 갈등 속에서 부정고발 사이트는 연일 문턱이 닳고 있다.
정진영기자 jy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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