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개혁이 암초를 만났다.”
정부가 지난해 확정한 200억원 규모의 KAIST 특별예산 집행 방식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어 올 초 교과부로 편입된 KAIST의 일반 대학화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16일 KAIST(총장 서남표)에 따르면 지난해 국회 승인을 거쳐 2008년 특별예산으로 200억원을 배정받았으나, 올해 들어 최근까지 단 한 차례도 교부받지 못했다.
서남표 총장 취임과 동시에 세계 최고 대학을 목표로 강도 높은 개혁에 나서고 있는 KAIST는 2단계 개혁의 핵심 사업인 EEWS(에너지, 환경, 물, 자원의 효율적 활용과 보전을 통한 지속가능성) 분야의 ‘고위험 고수익’ 연구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 국회의 승인을 얻어 200억원의 특별 예산을 확보했다. 그러나 당초 예산 집행 주체였던 과학기술부가 교육과학기술부로 통합되면서 예산 집행을 반드시 승계해야 할 의무가 없어진 교과부가 이 예산을 KAIST에 주지 않고 교육과학기술부 소속 대학에 일괄적으로 배분해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확보된 예산을 전제로 학교 기금과 합쳐 관련 분야에 대한 교수 채용 및 연구시설 확충 등의 사업을 미리 추진해 온 KAIST는 이번 정부의 예산 집행 재검토로 인해 그간 추진해 온 개혁 사업에 제동이 걸리지 않을까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다.
일부 학과의 경우에는 교수 채용과 관련한 최종 심사가 진행되고 있어 자칫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게 되면 절차를 중단해야 하는 사태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과부는 아직까지 KAIST 특별예산을 둘러싼 지원 방식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현재 효율적인 예산 집행을 위해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지원 방식은 정하지 못한 상태다.
교과부 관계자는 “당초 계획대로 KAIST에 200억원의 특별예산을 모두 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결정짓지 못하고 있다”며 “일부에서 거론되는 일반 대학에 특별예산을 나눠주는 것도 현재 검토 중인 집행안의 일부분으로, 자세한 집행 방식은 5월 초에나 결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서남표 KAIST 총장은 “KAIST를 일반대학과 같은 방식으로 밀어붙인다면 그동안 추진해 온 개혁 사업들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된다“며 “그렇게 된다면 KAIST는 세계 최고 대학으로서의 희망이 없을 뿐만 아니라 서서히 일반대학처럼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선미·권건호기자 sm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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