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제왕’ 델이 국내에서 새로운 사업 모델을 시작한 지 6개월이 지났다. 델코리아는 ‘성공적’이라고 자평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아직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하는 단계로 ‘현재진행형’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델은 지난해 창업자 마이클 델이 최고경영자(CEO)로 복귀하면서 그동안 고수했던 사업 모델에 변화를 줬다. 신앙처럼 여기던 ‘직접판매 방식(다이렉트 모델)’에서 벗어나 유통점, 심지어 판매 협력업체까지 두는 등 고객 접점을 크게 넓혀 나갔다. 이른바 직접과 간접판매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비즈니스 모델 전략을 펼치기 시작한 것. 델코리아도 이 전략에 따라 다양한 유통 모델을 시도했다.
◇델코리아 “기대 이상이다”=델코리아는 지난해 10월 할인점 홈플러스와 가전유통점 하이마트에서 델 PC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하이마트 전국 250개 직영 매장에서 프리미엄 노트북PC인 ‘XPS M1330’과 데스크톱PC ‘인스피론 530s’ 제품을 선보였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하이마트에서 제품 판매를 시작한 후 불과 2개월 만인 12월에 외산 PC업체 중 최고 판매량을 달성했다.
델은 오프라인 유통점에 앞서 8가지 컬러의 인스피론 노트북PC를 TV홈쇼핑에 선보여 역시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당시 14.1형 노트북PC ‘인스피론 1420’은 첫 방송 당시 매진을 기록하는 뜨거운 반응을 얻었으며 델 브랜드를 알리는 데도 큰 효과를 봤다. 이 회사 이신영 부장은 “판매 실적을 떠나 델 제품을 쉽게 접할 수 없었던 고객에게 브랜드와 제품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산업계 파장은 ‘미풍’=그러나 시장에서 평가는 아직 시큰둥하다. 델이 간접판매를 선언했을 때 바짝 긴장했던 주요 PC업체는 델이 고객 접점을 넓히는 데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여전히 국내 시장에서 델 인지도는 크게 높아지지 않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삼보컴퓨터와 같은 토종 브랜드와 이들이 가진 유통망, 서비스 체계를 따라오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같은 외산인 HP·도시바 등과 비교해도 브랜드 면에서 아직 따라오기 힘들다는 의견이다.
도시바코리아 측은 “델이 새로운 사업 방식으로 선회한 후 판매량과 시장 점유율 면에서 큰 변화가 없었으며 오히려 판매량이 늘어난 상태”라며 “직접판매 모델에서는 델이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일반 유통 시장에서 델은 아직도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유통 파트너=시장에서는 최근 델이 새로 시도하는 유통 파트너 모델이 결국 새 사업 모델의 성공을 판가름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델은 최근 기업(B2B) 제품 유통 파트너로 대우정보 계열사인 네비텍을, 조달 시장을 위해 트리엠을 끌어들였다. 직접판매를 고수하던 델 측에서는 처음으로 파트너 개념으로 새로운 유통 모델을 시도한 셈이다. 델은 앞으로 파트너 프로그램을 확대해 기업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중소기업과 지방을 적극 공략하기로 했다. 또 두 업체를 시작으로 ‘델 연합군’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김인교 사장은 “새로운 델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가격 경쟁력이 있는 델의 강점을 충분히 살려 조달과 기업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고 말했다. 결국 상대적으로 브랜드보다는 가격에 따라 움직이는 기업 시장이 델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최후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강병준기자 bj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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