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차녀 이서현 배짱에 세계 광고계 `화들짝`

`바쁜 도시인들은 마트에 갈 시간이 없다. 출퇴근 지하철역 스크린도어에 오프라인 매장에서 파는 것과 똑같은 상품 사진들을 진열해놓고 스마트폰으로 찍는 것만으로 집에 물건을 배달시킬 수 있다면….`

제일기획이 이 같은 아이디어를 현실화해 세계적 권위의 국제 광고제인 `칸 국제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칸 국제광고제)`에서 그랑프리(대상)를 수상했다.

23일 칸 국제광고제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제일기획은 21일(현지시간) 대형마트 홈플러스의 옥외 광고캠페인 `가상 매장(Virtual Store)`으로 미디어 부문 최고상을 거머쥐었다. 광고계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칸 국제광고제에서 우리나라 광고사가 그랑프리를 받은 것은 58년 대회 역사상 처음이다.

필름, 라디오, 디자인, 사이버, PR, 아웃도어, 프레스, 미디어 등 총 13개 분야로 나눠 심사하는 칸 국제광고제는 분야마다 그랑프리를 선정한다.

1999년 신설된 미디어 부문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신생 미디어를 활용한 창의적 광고기법을 겨루는 분야로 지난해에 비해 34% 많은 67개국 2895개 작품이 출품되는 등 가장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미디어 부문 심사를 맡은 마리아 루이자 플라자 심사위원장은 "만장일치로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 이 후보작을 본 순간 심사위원들은 소비자에 대한 통찰력과 차별성에 모두 감탄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제일기획의 홈플러스 광고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서울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에 한시적으로 설치됐다.

국내 1위 이마트보다 오프라인 매장 수가 적은 국내 2위 기업 홈플러스가 어떻게 하면 매장을 늘리지 않고도 더 많은 소비자를 모을 수 있을지가 이번 광고 기획의 출발점이었다.

2008년 지하철 잠실역을 실제 매장처럼 온통 래핑해 성공적인 착시 효과를 거둔 경험이 있는 제일기획은 이번에도 지하철역을 택했다.

바쁜 직장인들이 출퇴근 시간 지하철 스크린도어 앞에 서 있는 동안 매장에서 판매하는 음료와 고기, 야채 등 각종 상품이 전시된 화면을 보다가 원하는 상품의 QR(Quick Responseㆍ즉각반응) 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장바구니`에 상품이 등록되고 배달까지 완료되는 구조다. 제일기획 측은 "이 캠페인이 진행되는 동안 홈플러스 온라인몰 신규 가입자가 76% 늘었고 온라인 매출은 130% 증가했다"고 밝혔다.

덕분에 홈플러스 온라인 부문 매출이 이마트를 누르고 1위로 올라섰고 오프라인 매출도 1위에 바짝 다가섰다는 설명.

이 광고는 미디어 부문 그랑프리 외에도 옥외광고 부문 금상 1개와 직접영업 부문 금상 2개 등 총 4개의 금상까지 휩쓸었다.

제일기획은 수상 실적을 점수로 환산해 수여하는 `올해의 미디어 대행사` 부문에서도 2위를 차지했다.

광고업계에서는 제일기획의 수상 소식뿐만 아니라 이서현 부사장의 `통 큰 격려`에 또 한번 주목하고 있다.

제일기획은 "홈플러스 제작팀은 그랑프리 포상금 1억원과 금상 5000만원 등 총 3억원의 포상금과 함께 인사 특진 혜택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09년 말부터 제일기획 전략을 맡고 있는 이서현 부사장은 취임 후 "앞으로 글로벌 광고사로 성장하려면 아이디어와 창의력, 디지털 마케팅 역량이 생명"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국제광고제 수상 실적에 대한 파격적 보상을 약속했다.

또 온라인과 오프라인 제작본부를 통합하는 한편 광고주 접점에서 통합 플래닝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마케팅 플래닝+BTL(이벤트ㆍ전시 등 미디어 외 광고활동)+인터랙티브` 기능을 합친 `크로스오버팀`을 확대 신설하기도 했다.

14개 부문에서 총 2만9000여 점의 작품이 출품된 이번 광고제는 25일 필름 부문과 통합 부문 시상식을 끝으로 폐막한다.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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