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콘텐츠업계의 움직임이 남다르다. 마치 두꺼운 껍질을 깨고 나오려는 듯 내부로부터 전해오는 꿈틀거림이 강력하다. ‘융합’이라는 세계적인 산업 트렌드가 보내 오는 변화의 신호를 가장 먼저 감지, 체질 변화를 위한 움직임이 가장 분주하다.
수많은 콘텐츠 가운데서도 특히 통신·방송 융합시대를 맞아 가장 주목받는 콘텐츠는 단연 지상파방송 프로그램이다. IPTV 관련법이 제정되고 서비스가 본격화되면서 지상파방송 프로그램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최근까지 들리는 소문으로는 지상파방송사가 IPTV사업자에 제시한 지상파방송 프로그램 실시간 서비스 비용은 연간 수십억원대에 이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200억원 설이 나돌다 잠잠해지기는 했지만 그동안 지상파방송 프로그램은 전국에 무료로 송출된 콘텐츠라는 점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이야기다.
이 같은 소문이 나돌자 그동안 보따리를 싸들고 SO를 찾아다녔던 방송 프로그램 케이블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목에도 점차 힘이 들어가는 분위기다. IPTV 서비스 등장을 계기로 콘텐츠의 가치가 얼마나 높아졌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지표라 할 수 있다.
콘텐츠의 가치 상승은 KT와 하나로텔레콤·LG데이콤 등 IPTV사업자가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한 콘텐츠 확보 전쟁에 나서면서 불을 댕겼다. 여기에 IPTV 진영에 대응하기 위한 케이블TV 진영의 반격이 거세지면서 불길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그만큼 콘텐츠의 몸값이 치솟고 있는 것이다. IPTV사업자는 물론이고 케이블TV사업자가 콘텐츠 자체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동안 소비자가 주로 찾은 킬러 콘텐츠는 단연 드라마와 영화였다. 애니메이션과 게임·교육 등 나름대로 다양한 콘텐츠가 서비스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미진하다. 드라마와 영화가 각광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이 재방송이거나 외산이다. 드라마는 붐을 타고 번지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시들해지고 외산 영화는 그만한 로열티를 지급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이들 사업자에게는 값싸면서도 차별화를 꾀할 수 있는 콘텐츠 개발이 시급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방송 플랫폼이 갈수록 다양해지면서 확실한 콘텐츠 보유 여부가 승패를 가름할 핵심 요소가 될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콘텐츠업계 입장에서는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킬러 콘텐츠를 생산·공급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사 콘텐츠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 높은 완성도를 무기로 이미 시청자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콘텐츠의 저작권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화·애니메이션제작사는 뉴미디어사업자와의 전략적 제휴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영화 배급사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IPTV 및 케이블TV사업자에 보다 나은 조건을 끌어내기 위한 협상 테이블이 곳곳에서 마련되고 있다.
새로운 킬러 콘텐츠를 제작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서비스사업자가 콘텐츠제작사를 아예 인수하거나 직접 제작에 뛰어들고 있는 데 이어 정부와 지제체 등도 경쟁력을 갖춘 세계적인 콘텐츠를 육성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는 등 각종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KT는 연초 올해 예산을 짜면서 IPTV 서비스를 위한 콘텐츠 강화를 위해 1300억원을 배정했고 하나로텔레콤은 국내외 270여개 콘텐츠회사와의 계약으로 7만여편의 콘텐츠를 확보해 놓고 있다. LG데이콤은 현재 5000여편인 콘텐츠를 상반기에 2만여편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고 얼마전 다음과 셀런이 합작해 설립한 오픈IPTV는 700만개에 이르는 다음카페와 매일 업데이트되는 UCC 등을 활용해 자기만의 독특한 콘텐츠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케이블TV 진영도 오는 2012년까지 자체 프로그램 제작 지원에 1조1387억원을 투자해 콘텐츠 제작 역량을 대폭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올해에는 프로그램 제작에 162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정부는 물론이고 지자체 및 기관도 콘텐츠산업이 지역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 이 분야에 막대한 투자 계획을 속속 수립하고 있다.
문화부는 오는 2012년까지 세계 5대 콘텐츠 강국 진입을 목표로 다양한 육성 전략과 이를 위한 액션 플랜을 짜놓았다. 디지털 융합 등 정책 환경 변화에 대응해 창작·유통 등 콘텐츠 가치 사슬 전반에 걸쳐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디지털 콘텐츠산업을 신성장동력산업으로 집중 육성키 위해 오는 2011년까지 1000억원 규모의 전문 펀드를 조성키로 했다. 지난해 12월 290억원 규모로 1호 펀드를 조성한 데 이어 올해부터 매년 200억원씩 규모를 늘려 2011년까지 1000억원을 조성, 국산 게임·애니메이션·드라마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경기도 역시 1000억원 규모의 문화콘텐츠 펀드를 조성, 경기도를 문화콘텐츠산업 허브로 키우는데 활용할 계획이다. 경기도는 특히 김문수 지사가 직접 나서 “해마다 도 예산 30억원을 투입하고 여기에 모태펀드와 민간 자본을 더해 5년간 조성할 것”이라고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 주로 만화와 애니메이션 부문에 투자한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KBI)은 국내 방송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올해 200억원의 투자를 단행한다. 독립제작사·PP·인터넷TV 콘텐츠사업자(CP) 등에 대한 제작비 지원 및 융자사업에 110억5000만원을 투입하고 DMB·IPTV·모바일 등 뉴미디어에 특화된 우수 콘텐츠 및 기획안 시상 및 국내의 우수한 콘텐츠를 글로벌 시장에 유통할 수 있는 포맷 개발에 14억원, 한류 콘텐츠 해외 확산을 위한 수출 지원사업에 33억원, 아시아 8개국 방송사 등이 참여하는 ‘아시아는 하나’ 국제 공동 제작 프로젝트에 18억7000만원 등을 지원한다.
방송·통신 및 유무선 통신 융합시대를 맞아 정부와 지자체 및 각 사업자와 콘텐츠업체는 물론이고 소비자도 다양한 채널로 접하게 될 새로운 콘텐츠에 목말라하고 있다. 전국은 지금 ‘콘텐츠’ 물결로 가득하다.
김순기기자 soonk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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