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지직∼’ 헬리콥터에서 늘어뜨려진 줄에 매달린 두 작업자가 초고압 전선에 접근하자 79m 아래서도 들릴만큼 크게 울린 작업자와 전선 사이 아크(전극재료 일부가 증발해 생긴 기체에 전류가 흐르는 상태) 소리가 머리카락을 곤두세웠다. 철탑 밑의 사람들은 조마조마하지만 작업자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한국전력공사(대표 이원걸)가 15일 전북 고창 전력시험센터에서 정부 및 산업계 전력산업 관계자 120명을 초청해 진행한 76만5000볼트 송전선로 활선(活線)공법 시범회를 진행했다. 활선 공법은 전기가 흐르는 상태로 애자 교체 및 철탑부품 점검 등 각종 작업을 하는 공법이다.
한전은 이날 △고압 전선 사이 간격을 유지시켜 주는 자재인 ‘스페이서 댐퍼(Spacer Damper)’ 교체작업 △헬기를 이용해 철탑과 전선을 전기적으로 분리시켜 주는 애자(碍子) 청소 및 교체작업 △인력으로 전선에 부착된 부속자재를 점검하는 작업 등 세 가지 활선공법을 소개했다.
2일 1조로 구성된 작업조가 육각형의 스페이스 댐퍼를 교체하자 헬기는 신속하게 교체된 부품을 철탑 아래로 실어 날랐다. 이어 헬리콥터는 애자 교체를 위해 애자 30개가 줄줄이 사탕처럼 달린 300㎏ 무게의 애자련을 작업자 주위로 날아 옮겼다. 다시금 난 ‘빠지직’ 소리에 위험하지 않냐고 묻자 시범 인력을 지원한 한전KPS 관계자가 ‘몸 전체를 도전복으로 감싸고 있어 감전 위험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10여 분만에 사이에 애자련을 교체하고 작업자가 헬기를 타고 내리자 이번엔 농약살포기처럼 생긴 물 분사 장치를 단 다른 헬리콥터가 날아올랐다. 물을 뿌려 애자를 청소하면서 작업을 마무리했다. 참석자들의 박수가 이어졌다.
이번 시연회의 의미는 크다. 철탑 정비에 소요된 비용의 절감 뿐만 아니라 타국 초고압 송전설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이 있음을 과시했다. 송전선로는 철탑, 전선, 애자 및 수많은 부속자재로 구성됐다. 설비 불량으로 인한 정전고장을 예방하기 위해 정기적인 점검과 보수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76만5000볼트 송전선로는 대규모 발전단지와 연결됐기 때문에 휴전(休電)이 곤란하다. 이 뿐만 아니라 휴전을 하더라도 가스복합 등 발전 단가가 높은 발전소에서 전력을 대신 공급해야 해 하루 약 1억5000만원 가량의 비용이 발생한다.
한전은 이 때문에 지난 2002년부터 산업계와 공동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기술이전을 받아 지난 2006년까지 송전선로 활선공법을 개발했다. 한전은 활선공법 시행으로 “연간 30억원의 발전비용이 절감되고 전력계통 신뢰도도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산악지역 등 작업인력 및 장비이동이 곤란한 지역의 작업시간을 단축시키는 효과도 기대된다. 더욱이 세계적으로 70만볼트 이상 초고압 송전선로에 대해 활선공법을 시행하는 나라는 미국, 캐나다, 남아공, 우크라이나, 러시아, 브라질, 베네수엘라 등이 있다. 아시아에선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이원걸 사장은 “한전의 높은 기술력을 전 세계에 널리 알려 신흥 개발국의 초고압 송전설비 시장 개척에 앞장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순욱기자, choi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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