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 시스템 ‘속앓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

솔루션 기업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국민은행이 최근 금융권 최초로 국제회계기준(IFRS) 시스템 발주를 냈지만 솔루션 기업의 패키지 제품을 도입하지 않고 시스템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SAP코리아, 한국오라클, SAS코리아 등 IFRS 솔루션 기업들은 올해 이 분야에서 수백억원 규모의 솔루션 특수를 예상하고 세미나 개최, 한글화 등 투자를 크게 확대해 왔다.

◇은행권, 자체 개발 혹은 부분 도입 대세=11일 마감한 국민은행 IFRS 시스템 구축 사업에 제안서를 제출한 삼성SDS, LG CNS, SK C&C 등도 국민은행의 방침에 따라 자체 개발을 내용으로 제안서를 제출했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패키지보다 개발을 선호하게 된 것은 요건에 따라서 변경폭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개발을 통해 유연성과 확장성을 보장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에 이어 하나은행 등 IFRS 입찰을 준비하고 있는 은행들도 대부분 전면적인 솔루션 도입보다는 부분 도입 혹은 자체 개발로 방향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의 한 관계자는 “패키지를 도입해 커스터마이징 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라며 “자체 개발로 검토하고 있지만 만약 패키지를 도입하더라도 자산 평가 부분에만 적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패키지 솔루션 불신감도 한 몫=IFRS 컨설팅 분야 선두 기업인 삼정KPMG의 양현섭 상무는 “회계방식이 일반기업과 크게 다른 금융권 특성상 패키지를 도입해서 국제회계기준 준수를 한번에 해결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 전면적인 솔루션 도입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소개된 패키지 제품 역시 IFRS 문제 중 일부를 해결하는 데 그치고 있어 금융 고객들의 시선을 끄는 데 실패했다”고 덧붙였다. 금융권 전반에 퍼져있는 패키지 제품에 대한 불신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은 바젤Ⅱ시스템이나 고객관계관리(CRM) 등 기존에 큰 돈을 들여 구축한 시스템이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최근 시벨의 CRM을 걷어내고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 혹은 도입 중이다. 바젤Ⅱ의 경우 4개 은행이 금감원에 기본내부등급법(FIRB) 사용 승인을 신청했지만 국민은행만이 승인을 받은 상태다.

이에 대해 패키지 솔루션 업계 한 관계자는 “바젤Ⅱ, IFRS는 해외 선진 은행에서도 지속적으로 개선, 보완해 나가야 하는 시스템”이라며 “이미 유럽에서 증명됐고 구축 용이성 등의 장점이 있는 만큼 패키지의 장점을 알려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형준기자@전자신문, hj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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