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장품]오상록 KIST 인지로봇연구단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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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에 집 안을 청소하다 보면 세계 여러 나라의 종을 모아놓은 수집장에 어느새 손이 간다. 진열된 종을 하나씩 흔들어 보면 청아한 종소리가 마음을 가라앉히고 천사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대단한 컬렉션은 아니지만 젊은 시절부터 해외 여행만 나가면 작은 종을 모으기 시작했다. 하나씩 사서 모은 것이 벌써 70개가 넘는다.

 신참 로봇공학도로 처음 외국학회에 나갔을 때 귀국 선물로 무엇을 살까 고민을 했다. 선물가게를 헤매다 문득 탁상에 올려놓는 작은 종에 눈길이 갔다. 소리가 맑고 고왔다. 가만히 보니 종은 지역마다 디자인과 재질이 각양각색이다. 이후 선물가게에 가면 종부터 먼저 찾아보게 됐다.

 내게 종은 해외여행의 즐거움과 추억을 되새기게 해주는 타임머신이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고 장식성도 뛰어나다. 특히 오랜 세월이 흘러도 청각을 통한 정서적 만족감을 주지 않는가.

 종을 보면 그 나라의 전통과 문화가 드러난다. 일본에서 산 종은 정교한 도금처리에다 소리도 청아해서 장인정신이 느껴진다. 유럽산 종은 대체로 도자기로 만들어서 울림은 깊지 않지만 디자인이 우아한 기품이 있다. 스위스에서 구입한 소에 거는 종은 소박한 농민의 정취가 느껴진다.

 그동안 모은 종 중에서 국산은 하나도 없다. 사실 우리 선물가게에 가면 마음에 드는 종이 없다. 우리 선조들은 에밀레 종을 비롯해서 뛰어난 종을 만들었는데 작은 선물세트라도 좀 고급스럽게 만들 수 없는지 아쉬울 따름이다.

 쇠로 만든 종은 따지고 보면 로봇기술의 원류다. 시각을 알려주던 종소리가 어느덧 기계식 시계가 되고 다시 스스로 움직이는 로봇이 됐다고 보면 비약일까.

 오상록 KIST 인지로봇연구단 책임연구원 sroh@kis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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