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이냐...공생이냐...`미 투 마케팅` 붐

 ‘베끼기냐 미 투 전략이냐.’

 가전·휴대폰 등 제조업체에 ‘따라하기(me too)’ 마케팅이 붐을 이루고 있다. 새로운 마케팅 기법에서 디자인·기술까지 불과 수개월이면 선발업체를 뒤따라 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원조’업체 뺨칠 정도로 성공을 거두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무분별한 베끼기 전략이라는 다소 비판적인 시각과 가전 시장에서 기술과 디자인이 이미 보편화한 상황에서 모방을 통한 마케팅 혁신이라는 시각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LG전자는 트롬 ‘프리 업’ 디자인을 내놨다. LG전자는 드럼세탁기를 사용할 때 허리와 무릎에 많은 힘이 가해진다는 점에 착안해 지난 1년간 인체공학적 연구로 허리를 숙이지 않고 힘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구조를 개발했다. 이어 최근 대우일렉도 인체공학적 설계로 사용 편의성을 높인 제품을 선보였다. 드럼통 높이를 기존 제품 대비 11㎝ 올리면서 손잡이 부분에 15도 경사를 줘 사용 편리성을 높였다. LG는 대우가 이 제품을 따라했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에어컨 시장에서는 때 아닌 ‘9M’ 마케팅 논쟁이 한창이다. LG전자는 지난 1월 ‘9M 롱 파워’ 바람을 탑재한 에어컨을 출시했다. LG는 기존 3D 입체 냉방 성능을 더욱 높인 ‘에어 로봇(air robot)’ 기술을 이용해 이를 구현했다. 전원을 켜면 탑재돼 있던 상부·좌우 양쪽 토출구가 외부로 돌출돼 기존 에어컨 대비 2배 수준인 9m까지 바람이 전달된다. 이후 LG는 삼성전자가 바람 흐름을 방해했던 날개를 없애고 좌우 상단 ‘3차원 통 바람’ 문으로 냉방력을 강화하면서 LG ‘9M 롱 파워’를 본떠 ‘9M’을 따라 표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평판TV 디자인의 큰 흐름으로 자리 잡은 ‘히든 스피커’도 비슷한 사례다. 히든 스피커는 같은 인치대에서 큰 화면을 원하는 소비자를 위해 스피커를 안쪽에 내장한 디자인을 말한다. 삼성은 지난 2006년 이를 보르도 TV에 탑재해 큰 인기를 끌자 주요 경쟁업체가 앞다퉈 따라하고 있다며 비난해 왔다. 또 독특한 디자인의 ‘보르도 TV’가 LCD TV 시장의 히트 상품으로 뜨면서 일본 경쟁사 등 글로벌 경쟁업체까지 보르도 느낌의 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면서 마케팅에 타격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휴대폰 시장에서 최근 출시한 터치스크린 기능을 놓고 LG전자가 ‘프라다 폰’에 자극받아 삼성이 ‘아르마니폰’에서 ‘햅틱폰’까지 유사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며 비난하고 있다.

 조중권 LG전자 부장은 “디자인에서 기술·마케팅 기법까지 유사한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며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불가피한 면도 있지만 지나친 ‘미 투’ 전략은 브랜드 고유의 색깔을 희석해 소비자에게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요 미 투 마케팅 사례

- LG전자 트롬 ‘프리 업’↔대우 일렉 클라쎄 ‘드럼 업’

- 삼성전자 에어컨 ‘9M 3차원 통바람’↔LG전자 ‘9M 롱파워’

- LG전자 드럼세탁기 ‘안심 헹굼’↔삼성전자 ‘청정 헹굼’

- 삼성전자 ‘아르마니폰·햅틱폰’↔LG전자 터치스크린 ‘프라다폰’

 강병준기자 bj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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