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앤이슈]한순갑 아이스펙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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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띠리리리∼띠리리리 리리리∼” 전화가 끊임없이 울렸다. 유선 전화 뿐 아니라 휴대폰까지 쉴 틈이 없다. “아! 예∼ 감사합니다. 그래야죠.”, “언제요? 예 예, 기다리겠습니다.”

전국민의 눈과 귀가 한국 최초의 우주인 탄생을 알리는 소유즈호 출발 소식에 쏠려있을 때 경남 창원에서도 이에 못지않은 주변의 관심과 격려 속에 우주선 발사를 지켜 본 사람이 있다. 우주저울과 온도조절장치 등 소유즈호에 실려 우주실험에 사용할 6종의 장비에 필요한 전자파 차단 필터를 만든 아이스펙의 한순갑 사장(44)이다.

“역사적인 발사 순간을 놓칠 수 없어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다”는 한 사장은 “우주선 출발 며칠 전에 러시아 기술자들이 우리 장비를 3차례에 걸쳐 시험 확인했는데 ‘우수하다고 평가했다’는 말을 항우연측으로부터 전해 들었을 때 가장 기뻤다”고 말했다.

올 초부터 이번 우주선 발사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국내 12개 기업 중 하나인 것이 알려지면서 전국적인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지만 아이스펙(www.i-spec.co.kr)은 설립 당시부터 방위산업을 중심으로 조선, 자동차 등 중공업 분야의 전자파(EM/EMC)차단 전문 기업으로 관련 업계에서 이미 알만큼 알려진 기업이다.

과거 대우중공업 방산연구소에서 전자파차단 연구를 전담했던 한 사장은 지난 2003년 독립해 아이스펙을 설립했고, 전자파 차단 기술 컨설팅부터 실제 이를 차단하는 기술과 장비를 개발하는 전자파 해결 전문기업으로 키워왔다. 특히 차기전차 적용부품 EMI필터 개발, KHP(코리아 헬기 프로젝트) 사업의 일환인 전자파 차단 기술 개발 참여 등 방산 분야에서 아이스펙의 전자파 차단 기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우주선 발사를 계기로 전자파 차단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중소기업이 됐지만 그는 “우리 회사가 하고 있는 여러 비즈니스 중 한 부분일 뿐”이라며 주위에서 흔히 기대하는 대박의 꿈을 경계했다. 기술력이 생명인 중소벤처기업의 대표로써 “오로지 기술 개발과 그 결과로 승부할 뿐 프로젝트 하나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한 사장은 “전자파 차단에 대한 필요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워낙 작은 시장이다 보니 이번 우주선 발사로 인해 시장 규모가 대폭 늘어날 것 같지는 않다”며 “개인적으로 기쁘고 부담도 되지만 무엇보다 한국의 전자파 관련 기술이 세계적으로 입증됐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창원=임동식기자 ds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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