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코닝, AM OLED 유리기판 시장 발도 못 붙여

 LCD 패널 유리기판 시장에서 독보적인 아성을 굳힌 삼성코닝정밀유리가 최근 개화한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유리기판 시장에는 발도 못 붙이고 있다. LCD 시장의 호황에 사운을 맡기는 위태로운 행보를 거듭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세대 AM OLED 라인을 양산 가동한 삼성SDI는 현재 유리기판 물량의 90% 가량을 일본 아사히글라스로부터 조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10% 정도는 여타 해외 유리기판 업체들에서 구매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도 현재 가동중인 2세대 AM OLED 양산에 필요한 유리기판 가운데 95% 가량을 일본 NEG로부터, 나머지 5% 정도만 미국 코닝 본사로부터 조달하고 있다.

반면 전세계 LCD 패널 유리기판 시장에서 단일 기업으로 최고 자리에 오른 삼성코닝정밀유리는 AM OLED 유리기판 시장에는 아예 눈조차 돌리지 못하고 있다. 7세대 이상 대형 LCD 패널 시장에서 국내 점유율 80%에 육박하며 아사히·NEG 등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완전 딴판인 셈이다. AM OLED 유리기판 제조에 필요한 기초기술은 갖고 있지만 용해로조차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코닝 본사가 ‘저온폴리실리콘 (LTPS)’ 방식의 유리기판 소재인 ‘제이드’로 전세계 시장에 나서고 있는 것과도 대조적이다.

이처럼 삼성코닝정밀유리가 AM OLED 유리기판에 손도 못대는 이유는 한마디로 ‘사업권’이 없기 때문이다. 삼성코닝정밀유리 설립 당시부터 오로지 LCD 패널용 유리기판 사업만 하도록 선이 그어져 있다. 특히 코닝은 전세계 자회사나 합작법인 운영시 당초 사업영위 목적을 넘어서는 영역확장은 허용하지 않는 전통으로 유명하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원천기술과 연구개발을 중시하는 일부 외국기업들은 자회사나 합작법인이 사업을 확대할 경우 자칫하면 본사와 경쟁할 수 있다는 점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면서 “코닝도 이와 비슷한 사례”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코닝이 삼성코닝정밀유리를 배제한채 삼성SDI·LG디스플레이 등 AM OLED 패널업체들을 상대로 직접 영업하기도 한다는 후문이다.

지금은 삼성코닝정밀유리가 더할나위 없는 호황을 구가하고 있지만 LCD 시장의 부침에 따라 수년내 성장을 멈출수도 있다는 관측도 이런 배경에서다. 실제 삼성코닝정밀유리는 모회사이자 브라운관용 유리기판 시장 선두주자였던 삼성코닝을 지난해 흡수 합병했다. 전세계 브라운관 시장이 추락하면서 삼성코닝은 한때 일개 사업부 단위로 분사했던 자회사에 되레 넘어가는 전례를 낳았던 것이다.

한 패널 업체 관계자는 “지금은 AM OLED 시장이 막 열리는 시기라 큰 영향이 없지만 조만간 패널업체들이 대규모 양산 단계에 들어가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며 “삼성코닝정밀유리라고 해서 삼성코닝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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