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 기업에 단가인하 압력

조달예산 10% 절감 천명한 조달청

 조달청이 최근 조달 예산 10% 절감 방침을 천명한 데 이어 계약 갱신을 앞둔 기업을 중심으로 조달 단가 10% 인하를 일방적으로 요구, 물의를 빚고 있다. 업계는 예산을 과다하게 책정하는 그릇된 관행을 없애려는 이명박정부 조치의 불똥이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일부 신규 등록 제품의 경우 시중 최저가보다 낮은 단가를 요구한다며 반발했다.

 6일 관련 업계와 조달청에 따르면 조달청 계약 담당자들은 지난 3월부터 기존 제품 계약 갱신시 조달 단가 10% 인하를 요구하고 심지어 신규 등록 제품의 경우 인터넷 쇼핑몰 최저가보다 낮은 단가를 요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IT업계를 비롯한 조달청을 통해 제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은 과다 예산 편성을 방지하려는 정부의 당초 예산 절감 방침이 엉뚱하게 산업계로 불똥이 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을 표명했다.

 프린터 업체인 A기업은 “지난주 조달청에서 계약 갱신이 이루어지는 품목에 대해 10% 단가 인하를 요구해왔다”며 “정부에서 조달 단가 인하 목표치를 적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 기업은 다음주부터 협상에 들어갈 계획인데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소프트웨어를 공급해온 B기업도 최근 신규 제품의 조달 등록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조달청에서 인터넷 쇼핑몰 최저가 보다 더 낮은 가격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 업체의 한 관계자는 “조달 등록을 할지, 아니면 시차를 두고 해야 할 지 고민 중”이라며 “이 가격으로 공급할 경우 수익을 내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실제로 지난달 조달 단가 계약을 갱신한 MS 오피스 제품의 경우 평균 5% 정도 단가가 인하됐으며, 한글과컴퓨터의 한글 제품 역시 평균 5% 정도 단가 인하가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조달청은 그동안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고 조달단가 협상에 나섰지만 지난달 24일 조달예산 10% 절감을 발표한 이후 압력의 강도를 더 높이는 상황이다.

 소프트웨어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 예산 절감은 IT나 소프트웨어를 통한 효율적인 인력·조직 운영으로 추진돼야 하는 데 오히려 IT 예산을 줄이고 비효율적인 조직은 그대로 두는 이상한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철학과도 상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강경훈 조달청 창의혁신담당관은 “조달 예산 10% 절감은 수요기관의 과다예산 편성을 방지하고 경쟁과 원가계산을 강화해 달성하는 것”이라며 “현업에서 목표에 너무 매몰돼 그런 일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일방적인 물품 단가 10% 인하는 원칙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유형준·차윤주기자@전자신문, hj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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