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R시스템, 정부·의협간 갈등으로 파행 우려

 내달 1일 시행 예정인 의약품처방조제지원(DUR:Drug Use Review)시스템이 시작부터 파행 운영될 조짐이다.

 DUR시스템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의약품의 안전한 사용을 유도하고자 함께 복용하거나 특정 연령대에 사용이 금지된 의약품 정보를 처방·조제 단계 전에 제공하고 의사·약사가 부득이하게 금기약을 처방했으면 그 사유와 처방내용을 실시간으로 통보하도록 한 것이다.

 정부가 지난 2004년 이를 고시한 이후 4년 만에 실시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대한의사협회 측은 DUR시스템이 실시간 진료 감시로 악용될 여지가 있다며 계속 반대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 24일 보건복지가족부·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정부와 대한의사협회는 막바지 협상을 벌였으나 별 소득 없이 끝났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국 관계자는 “DUR를 심평원에 실시간으로 통보하는 대신 요양급여청구 시점인 매월 말 일괄적으로 넘기자는 절충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복건복지가족부 보험약제과 관계자는 “의료계의 주장을 충분히 반영해 검토할 것”이라면서도 “오래 전에 예고됐기 때문이 예정대로 4월 1일 DUR시스템 운용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DUR시스템은 의협의 반대를 무시하고 강행되든지 아니면 의협의 주장을 받아들여 한 달 간격으로 DUR를 통보받는 방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문제는 두 가지 모두 DUR시스템 실시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의사협회는 DUR시스템에 반대해왔기 때문에 보건복지가족부가 당초대로 실시를 강행하면 정면충돌이 예상된다. 의협 의료정책국 관계자는 “병용금기 및 특정연령에 사용할 수 없는 약제라고 해도 의사가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의해 사용하는 일까지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는 의사의 전문성과 진료권을 위축시켜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협이 DUR시스템 실시를 반대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병용·연령 금기 약물을 처방·조제하면 처방전이 즉시 접수되지 않아 진료비를 바로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의협 측은 “진료비전자청구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청구소프트웨어업체에 공문을 보내 정부 측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법안에 따르지 말라고 권고했다”며 정면 대결을 예고했다.

 그러나 한 달 간격으로 DUR를 일괄 통보받는 절충안을 받아들여도 당초 목적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DUR는 의사가 금지된 의약품을 처방 단계에서 실시간으로 걸러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의약품 처방전을 한 달에 한 번씩 한꺼번에 통보받으면 이미 환자가 약을 복용한 후에 오남용 여부를 파악할 수 있어 사후약방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자문서전송(EDI) 방식의 건강보험·의료급여 청구처럼 매달 특정일에 1회 DUR를 시행하면 전국 2644곳 병·의원이 일시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중앙서버에 접속, 트래픽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의료기관은 심평원에 매달 평균 8000만건의 건강보험을 EDI로 청구하고 있다. 의료정보솔루션 업체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의료기관이 실시간으로 접속하면 심평원 서버가 다운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의료기관이 한 달 동안 처방한 약물의 오남용 사유서를 전달하고자 일시에 접속, 전송하면 데이터 일시 증가로 그 가능성은 더욱 높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평원 측은 “서버 다운에 대비 전문 인력 15명을 본원과 지원에 추가 배치하겠다”고 말했다.

  허정윤기자@전자신문, jyh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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