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포트]`레고` 디지털 날개 달고 `훨훨`

2008글로벌리포트

 ‘디지털에 빼앗긴 인기를 디지털로 되찾아오다.’

조립식 장난감의 대명사 ‘레고(LEGO)’가 50번째 생일을 맞았다. 레고의 인기는 엄청나다. 초당 7박스의 레고 블록이 팔리고 사람들은 매년 50억시간을 레고 블록 조립에 투자한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레고 블록 4000억개를 일렬로 쌓으면 지구에서 달까지 5번 왕복할 수 있는 거리가 나온다.

덴마크 목수인 올레 커크 크리스티안센이 만든 목재 장난감을 모태로 태어난 레고는 전형적인 오프라인 놀이문화다. 그런데 비디오게임과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현대 놀이문화의 변화 속에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자신들의 핵심을 유지하면서 ‘디지털’로의 변화를 적극 수용한 것이 비결이다. 전 세계는 이제 디지털이 불러온 위기를 디지털로 해결한 레고에 주목한다.

#비디오게임에 아이들 뺏겨

◇구조조정의 아픔=승승장구하던 레고는 1998년 처음 적자를 냈다. 1994년 플레이스테이션이 등장하면서 비디오게임이 아이들의 삶 속에 깊이 파고든 지 4년 만의 일이다. 적자는 2000년, 2003년, 2004년 연속 이어졌다.

2004년 3월 레고가 시작한 ‘회생계획’은 고통스러웠다. 8000명의 직원 중 3500명을 해고하고 스위스 및 미국 공장 문을 닫았다. 레고랜드 4곳 지분의 70%를 블랙스톤 그룹에 팔아넘겼다. 여기까지는 어려운 회사가 일반적으로 진행하는 구조조정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가상+현실 접목 회생 발판

◇디지털로의 환골탈태=레고는 한 가지를 더 추가했다. 바로 디지털로의 환골탈태다. 테마파크와 의류 등 전형적인 오프라인 사업들을 과감히 포기하고 그 자원을 디지털 환경으로의 전환에 쏟아부었다.

레고는 웹사이트에서 ‘레고 디지털 디자이너’라는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레고 이용자가 자신만의 3D 모델을 가상으로 만들 수 있는 서비스다. 좋은 작품은 레고 본사에서 채택해 실제 완구 상품으로 출시한다. 자신이 개발한 레고가 상점에서 팔릴 때 느끼는 희열은 대단했다. 가상세계와 현실완구를 접목하는 이 아이디어 하나로 레고는 회생의 발판을 마련한다.

현재 레고닷컴(Lego.com)에는 한 달에 1200만명의 방문자가 들어온다. 간단한 게임을 즐기거나 자신만의 레고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다. 100명의 디자이너를 보유한 레고에는 사실 30만명의 아마추어 디자이너들이 근무 중이다.

레고는 자체 스토리를 갖춘 완구 바이오니클(Bionicle) 사업도 강화했다. 책과 만화, 애니메이션과의 접목을 꾀했다. 애니메이션이 인기를 끌면서 바이오니클 완구 판매량도 크게 늘었다. PC와 연결해 프로그래밍하는 과학교육용 완구 마인드스톰(Mindstorm) 시리즈도 디지털화의 대표 사례다.

최고 히트작은 역시 ‘레고 스타워즈’ 비디오게임이다. 2005년 PC, X박스, 플레이스테이션, 게임큐브, 게임보이 등 거의 전 게임 플랫폼으로 출시된 ‘레고 스타워즈:비디오게임(Lego Star Wars:The Video Game)’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매년 후속작이 나오고 있다. 1999년부터 판매해온 ‘레고 스타워즈’ 완구 판매량이 덩달아 늘어났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에 고무된 레고는 ‘레고 인디아나 존스’와 ‘레고 배트맨’ 등 다양한 후속 시리즈를 준비 중이다.

#`사고의즐거움 추구` 기본지켜

◇초심은 그대로=디지털을 적극 받아들이면서도 레고는 철저하게 기본을 지켰다. 자신들의 핵심요소인 조립식 장난감 사업을 침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모든 변화를 꾀했다. 레고는 자신들의 저작물을 라이선싱할 뿐 절대 자체적으로 비디오게임을 제작하지 않는다. ‘레고 스타워즈’ 비디오게임이 잘 팔리는 것은 자사 ‘레고 스타워즈’ 완구의 인기가 늘어나는 이상의 의미는 없다. 이는 어쩌면 애초에 아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조립식 나무 블록을 만들었던 덴마크 목수의 순수한 마음에서 기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레그 고트(Leg Godt).’ 덴마크어로 ‘잘 놀자’는 뜻이다. 아이들에게 창작과 사고의 즐거움을 주겠다는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디지털 환경으로의 변화를 적극 수용한 레고의 질주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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