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글로벌리포트
웹2.0 시대 가장 성공적인 기업으로 구글·아마존·이베이를 꼽는 데에 별다른 이견이 없을 것 같다. 2007년도의 총매출만 보더라도 구글은 166억달러, 아마존은 148억달러, 이베이는 77억달러에 달한다. 검색서비스(구글), 온라인서점(아마존), 온라인경매(이베이)라는 전혀 다른 분야에서 출발한 이들의 변신은 끝이 없다. 이들의 움직임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확장’이다.
구글은 지메일(Gmail)·구글어스(Google Earth) 등 서비스를 자체 개발하고, 더블클릭(DoubleClick)·유튜브(YouTube) 등을 인수했다. 아마존은 유아용품에서 와인까지 취급상품 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컴퓨팅자원·저장공간 등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웹서비스를 강화했다. 이베이는 페이팔(PayPal)·스카이프(Skype) 등 잇단 빅딜을 성사시켰고 독일·영국·한국·인도·중국 등 지역 온라인경매기업을 차례로 인수해 세계화의 기치를 높이 올렸다.
이러한 초대형 서비스는 보통의 IT인프라로는 실현이 불가능하다. 2007년 미국에서는 약 1130억회의 검색 요청이 있었으며, 구글이 그중 56%인 640억회의 요청을 처리했다. 이베이에서는 20여만명의 사용자가 하루에 약 10억페이지를 검색하며, 1억개가량의 상품이 동시에 경매된다. 기업들이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IT인프라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스타 기업들은 IT인프라 투자에도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구글을 살펴보면 IT인프라를 핵심경쟁력이라고 판단, 자세한 내용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업계에선 구글이 세계 각지에 60개의 데이터센터에 60만대가 넘는 서버를 운용하고 있을 것으로 추청한다. 본사인 구글플렉스(Googleplex) 외에 오리건주에 미식축구장 두 배 규모의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운용하고 있으며, 아이오와주에도 6억달러를 투자, 2009년 완공을 목표로 차세대 데이터센터를 건설 중이다.
구글의 IT인프라의 독창성은 소프트웨어의 관점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대규모의 컴퓨팅 환경에서 안정성, 작업처리량, 확장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파일시스템(GFS:Google File System), 데이터베이스(BigTable), 프로그래밍모델(MapReduce) 등 주요 요소를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실제로 구글에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구글 인프라는 기존의 인프라 대비 세 배 정도 더 효율적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쟁 기업에서 많은 노력을 통해 이 차이가 좁아졌을 것이라 추측을 하지만 아직도 IT인프라의 효율성은 구글의 핵심경쟁력이다. 이것이 구글이 인프라의 비밀을 유지하고 싶은 이유다. 실제로 구글의 에릭 슈미트 최고경영자는 “구글의 독자적인 인프라는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중대한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아마존이 서비스의 확장성과 유연성에 심각한 한계를 느껴 전사적인 아키텍처 재설계에 나선 것은 지난 2001년. 아마존은 2계층의 모노리 아키텍처를 완전한 서비스지향 아키텍처의 형태로 혁신했다. 컴퓨팅, 데이터, 메시지 전송뿐만 아니라 복잡한 대금결제서비스, 전자상거래서비스까지 모두 웹서비스로 구현했다. 특히 아마존은 이 플랫폼을 공개, 15만명의 개발자들이 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해 찬사를 받았다.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이 회사의 IT인프라는 아마존 핵심 경쟁력의 원천이다. 유례없는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끈 워너 포겔 아마존 기술담당부사장은 “이제 아마존은 상거래중심의 기업에서 기술중심의 기업으로 변화했다”고 자평했다.
이베이는 1999년 사용자 폭주로 IT인프라에 부하가 걸려 3일 동안이나 주요 서비스가 중지되는 재난을 경험했다. 이후 이베이는 IT인프라를 웹서비스 기반의 서비스지향 아키텍처로 전환했고, 현재 약 1만5천대의 서버를 4곳에 분산 설치해 운용하고 있다.
구글은 데이터센터에 매년 15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를 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구글을 따라잡기 위해 매년 20억달러를 투자해 데이터센터의 서버를 2011년까지 80만대로 확장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최근엔 중소기업들이 구글과 아마존 웹 인프라를 이용해 사업을 벌이는 사례도 많아졌다. 이러한 경향이 계속된다면 몇 개의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IT인프라가 재편되는 시나리오도 그려진다. 이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산업의 재편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웹2.0의 차세대 플랫폼은 다름아닌 초대형 데이터센터의 IT인프라기 때문이다.
이지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 및 UCSD 초빙교수 jysoo@kist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