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글로벌리포트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인 자동차. 자동차만큼 인간과 애증으로 얽힌 피조물도 드물다. 1880년대 세계 최초의 가솔린 엔진 자동차가 등장한 이래 지난 120여년간 자동차는 그 시대의 최첨단 기술을 선도하며 산업을 발전시키는 견인차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동시에 석유 자원의 고갈과 자동차가 뿜어내는 배기가스로 인한 대기오염은 돌이키기 어려운 환경 재앙을 가져왔다.
21세기 자동차 산업의 화두는 단연 ‘친환경’이다. 제너럴모터스·포드, 메르세데스 벤츠·다임러크라이슬러·도요타·혼다·마쓰다 등 전 세계 유명 자동차업체는 전기와 가솔린을 겸용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수소자동차, 무공해 디젤자동차 등 미래형 친환경 자동차 개발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가운데 매연을 전혀 배출하지 않는 무공해 수소자동차가 스포츠카로도 선보여 새로운 자동차 문화의 도래를 예고하고 있다.
◇매연 대신 수증기 나오는 친환경 스포츠카=16일(현지시각) 막을 내린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에서는 영국 수제 스포츠카 명문 모건이 개발한 컨셉트카 ‘라이프카’가 처음 공개돼 전 세계 스포츠카 광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2005년부터 모건과 오스카 오토모티브, 퀴네티크와 리버심플, 크랜필드 대학, 키네틱, 옥스퍼드 대학 등 기업과 대학이 산학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영국 정부가 친환경산업 육성 보조금을 지원해 지난 3년간 총 190만파운드(약 35억원)를 들여 개발한 라이프카는 모건의 클래식스포츠카 ‘에어로 8’의 디자인을 그대로 채택, 정통 스포츠카의 매력을 한껏 발산했지만 내부 원리는 전혀 다르다.
핵심은 바로 군수업체 퀴네티크가 개발한 차세대 수소연료전지로 바퀴에 연결된 네 개의 전지모터에 이 수소전지가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수소전지가 탑재된 자동차는 수소가 수산화이온과 결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기에너지를 동력으로 주행하고 나머지는 수증기로 외부에 배출되기 때문에 환경에 무해한 것이 최대 장점이다.
◇전기에너지↔운동에너지 변환 자유자재
퀴네티크 측은 “라이프카에 탑재된 연료전지는 전형적인 자동차 내연기관이 공급하는 전력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22㎾만을 생산하면서도 주행에 필요한 충분한 양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라이프카’는 출발 후 7초 안에 시속 96㎞까지 속력을 올릴 수 있으며 최고 시속이 145㎞(시속 90마일)에 이른다. 연료를 한번 충전하면 400㎞(250마일)를 주행한다. 언덕길 등 가속이 필요할 때는 자동차 중심부에 장착된 초고용량 축전기(울트라 커패시터·ultra capacitor)를 통해 추가 전력을 공급받는다. 울트라 커패시터는 축열식 제동시스템과 연결돼 브레이크를 밟으면 차의 운동에너지를 다시 전기에너지로 변환해 전지에 저장한다.
‘라이프카’ 제작 총 책임자인 모건의 매튜 파킨은 “하이브리드 자동차 역시 축열식 브레이크를 사용하지만 대개 에너지 변환 비율이 10%에 불과한 반면에 ‘라이프카’는 50%를 목표로 개발 중”이라고 강조했다.
‘라이프카’는 또 스포츠카답게 최대한 가벼운 몸집을 유지하기 위해 에어백·중앙개폐장치·스테레오 시스템 같은 기본적인 부가장치와 심지어는 기어박스조차 모두 생략하고 차체 외장재로 알루미늄 섀시를, 내장재로는 가벼운 나무를 사용한 결과, 전체 중량을 700kg 아래로 떨어뜨리는 데 성공했다.
‘라이프카’ 외에도 올해 제네바모터쇼에는 마쓰다의 RX-8를 수소·가솔린 겸용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개조한 ‘하이드로진 RE’와 혼다가 2009년 출시할 예정인 ‘CR-Z’ 등이 선보였다.
‘라이프카’는 아직 컨셉트카 단계로 수소자동차가 상용화에 안착하기까지는 향후 몇 년이 더 소요될 예정이다. 또 현재 기술로는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전력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수소자동차 역시 또 다른 환경오염의 주범이 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오늘보다 더 나은 자동차를 만들려는 인류의 끝없는 열망과 도전은 머지않아 이산화탄소 대신 수증기를 내뿜으며 거리를 질주하는 꿈의 수소자동차 시대를 열 것이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